지난해 12월 12일 일본야구협회(NPB)에서 김동주의 신분조회 요청이 들어왔을 때만 해도 그의 일본 진출은 거의 확정된 듯한 분위기였다.
그동안 관례상, 신분조회 요청이란 요식적 절차는 사실상 계약합의를 의미해왔던 터라 더욱 그랬다.
줄곧 침묵을 지키던 일본 언론이 지바 롯데를 지목하고 3000만엔 안팎의 몸값을 거론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이 과정에서 국가대표 4번타자로 활약한 김동주의 몸값이 지나치게 싼 게 아니냐는 ‘헐값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3000만엔은 일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의 몸값으로는 최하급인데다 일본선수 기준으로도 2-3년차 신인급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비 밸런타인 감독과 프런트간 껄끄럽지 못한 관계 탓에 김동주의 지바롯데행은 끝내 무산됐다.
‘몸값을 낮춰서라도 가겠다’는 김동주의 말은 3000만엔 연봉과 맞물리면서 국내 팬들의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지바롯데행이 불발된 뒤 이렇다할 상황 변동 없이 시간만 흐르고, 그 과정에서 김동주와 에이전트 조동윤씨가 명확한 의사 표시를 하지 않으면서 두산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만 끓였다.
두산이 뒤늦게나마 잔류를 결정한 김동주의 선택에 반가움을 표시하면서도 “지난해에 이어 또 한번 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것도 그래서다.
조동윤씨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도 가능하지만 시간이 없었다’고 밝혔다. 궁색하다.
2002년 진필중(당시 두산)의 미국 진출을 도우며 공수표만을 남발, 지탄을 받았던 그는 2년 연속 한국프로야구 간판타자 김동주의 에이전트를 맡았지만 별다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면서 또 한번 궁지에 몰렸다.
지바롯데와 협상하는 과정에서도 에이전트가 구단 사정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무모하게 접근, 괜한 문제만 일으킨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아무튼 2년 연속 오프시즌을 뜨겁게 달군 김동주의 일본행 추진은 이번에도 또 한번 무위로 끝이 났다. 여러 상처와 아쉬움만 남긴 채 말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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