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가 끝나고 계절학기도 끝났다. 하지만 도서관은 오전 7시부터 만석이다. 지난해 하반기 취업시장에서 고배를 마셨던 4학년생이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취업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니 20대를 트라우마 세대, 88만 원 세대라고 부르는 세태도 이해는 간다. 트라우마 세대는 중고교 시절 외환위기를 맞고 최근 제2의 대공황이라는 금융위기로 취업 대란을 맞은 20대 중후반 대학생을 지칭한다. 88만 원 세대는 지금 20대의 95%가 비정규직 노동자로 월 88만 원을 받고 일한다는 전망에서 나온 용어다. 온통 다 20대가 저주받았다는 말뿐이다.
나는 우리 세대를 이런 말로 부르는 데 동의하고 싶지 않다. 지금 20대는 2003∼2007년 5년 동안 지속된 저환율 시기에 대학생활을 누렸다. 다른 어떤 세대보다 세계화의 혜택을 받았다. 아르바이트만 열심히 해도 혼자 힘으로 단기 어학연수나 해외여행을 갈 수 있었다.
기성세대는 취업을 위한 이른바 ‘스펙’ 쌓기에 열중이라며 대학생의 다양한 활동을 비판하지만 20대의 다양한 관심의 발로로도 볼 수 있다. 기성세대가 대학생 시절 학생운동에 전념했다면 우리 세대는 봉사활동, 해외탐방, 기업인턴, 공모전에 다양한 취향과 관심을 표출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20대는 여느 다른 세대보다 폭넓은 경험과 능력을 갖고 있다고 자신한다.
20대가 취업에 고통받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는커녕 비관적인 전망만 해서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대는 위기에 익숙하고 이에 대응해온 세대다. 위기를 벗어날 창의적인 방법도 이들이 찾아낼 수 있다. 이제는 우리 20대를 희망의 세대로 불러 주었으면 한다.
유지희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