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먹다보면 그럴수도…’ 방치땐 ‘성인병 아이’ 위험
대한비만학회 소아비만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지역 6∼11세 초등학생의 비만비율은 1984년 9.88%에서 2002년 14%로 크게 올랐다. ‘체격은 좋지만 체력은 부실한’ 소아비만 학생이 매년 늘고 있다는 뜻.
‘혹시 우리아이도?’라는 두려움을 가진 학부모를 위해 소아비만에 대한 대표적인 궁금증을 차례차례 풀어봤다.
Q. 소아비만은 어떻게 진단하나?
A. 내 아이가 소아비만인지 알아보는 기준에는 체질량 지수나 표준체중법이 있다. 가정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표준체중법. 비만도를 계산하는 것인데 ‘실제체중-표준체중/표준체중×100’이 산출 공식이다. 비만도가 20 이상이면 경도 비만, 30∼50이면 중등도 비만, 50이상이면 고도 비만이다.
표준체중은 해마다 바뀌기 때문에 매년 초 학교에서 실시하는 신체검사를 참고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초등학교 1, 4학년은 병원에서 건강검진도 받도록 하고 있으므로 피 검사를 통해 지방간, 고혈압, 고지혈증 등 비만 합병증도 알아낼 수 있다. 검사 결과 ‘비만’이나 ‘과체중’이 나왔다면 가정에서도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Q. 소아비만의 원인은?
A. 소아비만의 원인은 딱 두 가지, ‘많이 먹고, 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인풋(input)’은 많은데 ‘아웃풋(output)’이 적은 것. 아이들은 어른보다 기초대사량이 높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어른에 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지만,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습관 때문에 살이 찌게 된다(표 참조). 뚱뚱한 부모 밑에 뚱뚱한 자녀가 있는 것도 나쁜 습관이 대물림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유전 등으로 인한 병적인 소아비만은 비만클리닉을 찾는 환자의 1% 내외에 불과하다.
Q. 소아비만이 성인비만보다 위험하다고 하던데?
A. 비만은 기본적으로 지방세포의 수가 증가하거나 크기가 커져 과도한 양의 지방이 몸에 축적되는 것. 소아비만이 위험한 이유는 2세에서 사춘기까지의 비만이 지방세포의 수는 물론 크기도 늘어나는 이른바 ‘혼합형 비만’이라는 데 있다. 이 시기에 비만해지면 고도 비만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소아비만의 또 다른 위험성은 여러 가지 합병증을 불러온다는 데 있다. 지방간, 고지혈증으로 시작해서 더 진행되면 동맥경화증, 당뇨병, 중풍 등 성인병이 나타날 수 있다. 무릎 관절이 아파서 운동을 못하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는 폐 기능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
심리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어린 학생들은 체형이나 운동능력을 두고 학교에서 놀림감이 될 경우 열등감으로 이어져 결국 대인관계 장애를 겪을 수도 있다.
Q. 성조숙증과 소아비만은 어떤 관계가 있나?
A. 성조숙증은 여아에서 8세 이전, 남아에서 9세 이전에 사춘기 때 나타나야 할 2차 성징이 미리 나타나는 것. 성조숙증의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소아비만이다. 성조숙증에 걸리면 처음에는 키가 빨리 크고 몸집도 커지는 등 성인의 몸에 가깝게 변하지만 그만큼 성장판이 빨리 닫혀서 성인이 됐을 때의 키는 작다.
Q. 집에서 소아비만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A. 종합병원 비만클리닉에서 하는 비만치료는 대부분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고쳐주고 주기적으로 피드백을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 드물게 약물치료를 하기도 하지만 만 12세 이상의 비만도가 높고 합병증이 온 학생 환자에게 국한된다. 가벼운 소아비만은 집이나 학교에서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즘은 각 지역 보건소,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등에서 비만교실이나 건강강좌를 많이 연다. 전문가들이 강의를 맡는 경우도 많아 귀담아 들으면 도움이 되는 정보가 많다. 초·중·고등학교에서도 비만과 관련된 강의를 한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서울시내 초·중학교 100곳을 ‘비만중점학교’로 선정해 방과 후 학교를 통해 비만아동을 관리하기도 한다.
방학기간에는 교육청이나 전문기관에서 주최하는 비만캠프나 건강캠프도 참여할 만하다. 서울시교육청의 ‘튼튼이 캠프’나 대한비만학회 소아비만위원회가 여는 소아청소년 비만캠프는 저렴한 참가비로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다.
도움말 신혜정 국립의료원 소아청소년 비만클리닉 전문의, 성은주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소아청소년 비만클리닉 전문의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