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은 아이가 살찌기 딱 좋은 때다. 날씨가 추우니 집 안에만 있게 되고, 방학이니 생활이 불규칙해지는 데다, 수시로 먹는 간식 양도 만만치 않다. 겨우내 살이 통통하게 오른 자녀를 보면서 ‘어릴 적 살은 키로 가니까 괜찮아’라고 위안하는 것은 부모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아이는 지금 ‘몸이 옆으로 퍼지기만 하고 정작 키는 안 크는’ 소아비만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소아비만으로 고민하는 아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식습관이 나쁘고 생활습관도 나쁘다. 지금 날씬하더라도 안심은 금물. 영양균형이 안 맞는 식사, 과도한 간식 섭취, 불규칙한 생활, 활동량 부족처럼 소아비만을 불러오는 습관을 가졌다면 장기적으로는 뚱뚱해질 가능성이 높다. 부모가 뚱뚱할 경우 그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다. 겨울방학, 소아비만을 확실히 잡자. 비만으로 고민하는 두 초등학생의 사례를 통해 소아비만의 주된 원인과 해결책을 알아봤다.》
추워서 ‘방콕’… 수시로 주전부리… 소아비만 걸리기 쉬운 겨울방학
식사일기 쓰고 걷고 뛰고 간식 뚝… 식단은 전통 한식으로 싹 바꿔야
# 사례1
○ 김민철(가명·11) 군
키 147cm / 몸무게 53kg / 체질량 지수 24.5
어릴 때부터 먹성이 좋았던 김 군은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 눈에 띄게 살이 쪘다. 3학년이 되고 여러 개의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자 심하다 싶을 정도로 살이 붙었다. 항상 학원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걷는 시간이 거의 없다. 학원을 오가며 친구들과 떡볶이, 맛탕, 튀김, 와플 같은 간식을 사먹었다. 집에 오면 TV를 한 시간씩 본다. 엄마가 닦달하면 방에 들어가서 몰래 컴퓨터 게임과 닌텐도DS를 한다. 편식도 심하다. 야채는 잘 안 먹고, 치킨 피자 햄버거를 좋아한다. 밥도 잘 먹지만 고기반찬이 없으면 젓가락질에 영 힘이 실리지 않는다. 4학년 건강검진에서 김 군은 ‘지방간’ 판정을 받았다.
○ 전문가 분석
초등학교 3, 4학년 때 본격적으로 살이 찌기 시작하는 학생이 많다. 학원을 오가면서 엄마의 감시를 벗어나 군것질할 수 있는데다, 학원버스로 이동하고 학원 수업시간 내내 앉아만 있기 때문에 활동량이 줄어드는 것.
일단 다니는 학원 숫자를 줄이는 게 급선무다. 하나라도 줄여서 그 시간에 운동을 시키면 좋다. 태권도 수영 댄스 같은 운동 가운데 아이가 좋아하는 운동을 골라 해당학원에 보내거나, 엄마와 함께 하루 한두 시간이라도 빨리 걷기를 한다. 아이가 운동을 정 싫어한다면 15분씩 나눠 하루 네 차례씩(하루 총 1시간) 운동을 하도록 유도한다. 약하게 운동하더라도 꾸준히 오래하면 살 빼는 데 효과가 있다.
김 군은 칼로리가 높은 서구화된 식단을 선호한다. 이를 고치려면 밥 반찬 된장찌개로 이뤄진 전통 한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야채는 아이가 달라는 대로 다 주고, 고기는 살코기만 주는 것도 방법. 수시로 물을 마시면 공복감이 덜해서 군것질이 줄어든다. 살찐 아이들일수록 물 대신 카페인이나 설탕이 든 음료수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으나 그런 음식은 가급적 못 먹게 한다.
성은주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비만클리닉 전문의
○ 처방
①다니는 학원 수 줄이기 ②학원에서 학원으로의 이동은 도보로 ③매일 심부름하기 ④주말에는 온 가족이 뛰어놀 수 있는 곳으로 여행 가기 ⑤만보계 차고 하루에 1만 보 이상 걷기 ⑥식사는 전통 한식으로 ⑦아침식사 반드시 하기 ⑧생야채, 삶은 야채, 김치 등 세 종류의 야채를 한 끼에 한 번 이상 먹기 ⑨국은 된장국, 미역국처럼 국물이 연하고 기름지지 않은 것만 먹기 ⑩수시로 물 마시기
# 사례2
○ 최은지(가명·12) 양
키 159cm / 몸무게 78kg / 체질량 지수 30.8
집에만 들어오면 밖에 나갈 생각을 않는다. 부모의 맞벌이로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집에선 늘 컴퓨터를 하거나 TV를 본다. TV를 볼 때는 소파에 누워서 빈둥거린다. 이럴 때 간식은 좋은 친구다. 과자를 봉지 째 뜯어서 먹다보니 항상 끝까지 먹게 된다. TV 광고는 식욕을 자극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기도 모르게 과자로 손이 또 간다. 요구르트를 좋아해서 하루에 20개 넘게 먹는다. 양이 적으니 살도 안찌겠다 싶어서 5개를 한 번에 먹다보니 어느새 습관이 됐다. 간식을 끊임없이 먹다보니 식사는 건너뛰기 십상. 먹는 시간도 마음대로여서 야식도 즐긴다.
○ 전문가 분석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모두 잘못됐다. 소아비만을 탈출하려면 식사의 내용, 횟수, 규칙성이 모두 중요하다. 식사를 할 때는 어육류, 지방, 곡류, 야채, 유제품의 5가지 식품이 골고루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계란, 채소, 치즈 한 장이 들어간 샌드위치와 우유 한 잔은 어떨까. 약 500칼로리의 열량에 5가지 식품군이 모두 들어가 있어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식사는 하루 세 번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먹어야 하는데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식사일기(표 참조)를 쓰다 보면 균형 있고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이가 그날 먹은 음식과 분량을 쓰면 부모가 칼로리와 신호등 표시를 해주는 방법이다. 인터넷에 ‘칼로리 계산기’로 검색하면 음식의 종류와 분량에 따라 열량을 계산해주는 무료 사이트들이 많다. 아이는 스스로 적으면서 반성할 수 있고, 부모는 매끼 또는 하루에 5대 영양소를 아이가 골고루 섭취했는지 점검할 수 있다.
비활동적인 시간도 줄여야 한다. 컴퓨터를 하거나 TV 시청을 하는 시간은 하루 2시간 이내로 제한한다.
신혜정 국립의료원 소아청소년 비만클리닉 전문의
○ 처방
①식사일기 쓰기 ②등하굣길 걷기 ③저녁 식사 이후 먹지 않기 ④컴퓨터, TV 시청은 하루 2시간 이내로 ⑤식사는 20분 이상 천천히 하기 ⑥TV보며 음식 먹지 않기 ⑦탄산음료, 사탕, 초콜릿, 케이크 먹지 않기 ⑧요구르트는 하루 1개만 먹기 ⑨하루 한 가지 이상 심부름하기 ⑩엄마, 아빠와 함께 하루 1시간 속보하기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