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사람들이 정색하는 말 중 하나가 “훈련 안 한다”란 지적이다. 그렇지만 9일 대전구장에서 실시된 한화의 동계훈련을 들여다본 감상은 ‘별로 안 하는 거 맞다’였다.
전체 훈련시간만 따지면 투타 각 2시간 정도인데 먼저 오전 10시쯤 투수조가 훈련장에 나타나 체조와 가벼운 캐치볼, 롱 토스를 하다가 식사시간에 맞춰 들어갔다.
야수조는 낮 12시쯤 와서 식사 후 오후 1시부터 소집됐다. 토스 볼을 치는 등 오후 3시 조금 넘어 완료됐다. 정해진 스케줄이 끝나면 웨이트트레이닝 등 실내훈련은 자율에 맡긴다.
한 코치는 “사고 없이 무사히 다 모였으니 된 거 아니냐”란 조크를 섞어 15일 투·포수진부터 출발하는 하와이 전훈에 앞선 워밍업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구장 안에 일명 ‘인조돔’(비닐하우스)을 설치했지만 테스트 받으러 온 전 SK투수 최상덕 외엔 들어가지 않았다.
왜 이렇게 한화의 훈련은 헐렁할까. 날씨가 추웠고, 시기 탓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한화의 특수성에 있다. 노장이 주축인데다 선수층마저 얇으니 다치면 대안이 없다.
체력 강화가 아니라 부상 방지가 한화의 제1목표인 셈이다.
프로에서 ‘무한경쟁’은 아름다운 말이지만 한화는 그럴 여건 자체가 못 된다. 한화의 자율은 일종의 고육책으로 볼 수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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