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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황호택]사법연수원생 ‘과외’

입력 | 2009-01-13 20:44:00


1971년 개원한 사법연수원은 1기생 32명, 2기생 49명으로 출발했다. 1980년까지는 사법시험 합격자가 한 해에 100명이 안됐다. 사법시험 합격자가 1000여 명에, 로스쿨 정원이 2000명인 지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사법연수원생이 늘어나면서 판검사로 임용되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지만 연수원생의 신분 보장과 대우는 여전하다. 연수원 입학과 함께 5급 법원공무원(사무관)이 되고, 2년차가 되면 4급(서기관)으로 승진까지 한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사람이 사무관에서 서기관이 되는 데 10여 년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 대우다.

▷사법연수원 23기로 현재 경북대 로스쿨에 재직하는 김두식 교수의 저서 ‘헌법의 풍경’에는 사법연수원 주변의 ‘마담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마담뚜들이 신부의 지참금으로 빌딩 한 채 또는 현금 10억 원을 제의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김 교수는 “적지 않은 동료들이 마담뚜의 도움으로 결혼에 성공했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돈에 팔려 결혼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고 쓰고 있다.

▷사법연수원생 1000명 시대가 열리면서 풍속도가 크게 달라졌다. 어제 수료식을 가진 36기생 975명 중 판사 89명, 검사 88명, 군법무관 및 공익요원 180명이 임용됐고 전체의 63%인 618명은 무관(無冠)의 변호사로 연수원을 나선다. 로펌행 변호사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경제위기가 닥친 올해는 기업들이 인하우스(사내) 변호사 채용을 줄이면서 연수원 수료생들의 구직난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 경력을 쌓지 않은 변호사가 단독 개업을 했다가는 적자를 내기 십상이다.

▷연수원생들은 판검사로 임용되거나 일류 로펌에 들어가려면 우수한 성적을 올려야 한다. 몇 해 전부터는 사법시험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과외’를 해주는 학원들이 생겨났다. 38기 연수생 중 3명이 이런 사설학원에서 강의 ‘알바(아르바이트)’를 한 사실이 적발돼 징계가 결정될 때까지 수료가 보류됐다. 공무원 신분으로 영리 활동을 할 수 없는 국가공무원법 규정을 어겼기 때문이다. 징계 대상자에는 최고 성적으로 대법원장상을 받을 예정이던 연수생도 들어 있다. 예비 법조인이 법규를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황호택 수석논설위원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