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국세청장이 수천만 원 하는 그림을 뇌물로 받아 상납한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주성, 전군표 씨에 이어 국세청장 3대가 줄줄이 뇌물비리에 연루되는 개탄할 만한 기록을 남기게 된다.
그 그림은 고 최욱경 화백의 작품 ‘학동마을’로, 전 씨의 부인이 최근 이를 팔려고 내놓으면서 문제가 벌어졌다. 부인이 그림의 출처에 대해 “한 청장이 국세청 차장이던 2007년 초 1급 인사가 있을 무렵 한 청장의 부인에게서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한 청장은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었고, 전 씨도 변호사를 통해 “그런 그림을 받은 일도 없다”고 부인했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전 씨는 뇌물수수죄로 지난해 12월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부인이 남편에게 불리할 수도 있는 이런 주장을 하고 나선 배경부터 이상하다. 문제의 그림을 팔아달라고 의뢰받은 G갤러리의 대표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데, 그의 남편은 국세청의 현직 간부다. 대선을 앞둔 2006년 국세청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 출마 예상자의 뒷조사를 했으며, 이때 한 청장이 개입됐음을 전 씨 부인이 시사한 점도 심상치 않다.
‘학동마을’이 한 청장을 거쳐 전 씨 집으로 간 것이 맞는지, 맞다면 한 청장은 이 그림을 어떻게 갖게 됐고 무슨 이유로 전 씨에게 주었는지가 규명돼야 한다. 만약 전 씨 부인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한 청장은 국세청의 이름을 또다시 더럽힌 죄를 용서받기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전 씨 부인 등이 한 청장을 모함하려는 의도였다면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이 가볍지 않을 것이다.
앞서 이주성 씨는 대우건설 인수 청탁과 관련해 프라임그룹으로부터 시가 20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제3자 명의로 받았다가 들통 나 작년 11월 구속됐다. 전 씨는 2006년 7월 국세청장에 내정된 날 축하인사차 찾아온 정상곤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서 2000만 원을 받는 등 모두 7000만 원과 미화 1만 달러를 받았다. 국세청장이란 사람들이 인사권과 과세의 칼을 휘두르며 ‘뇌물 잔치’를 벌인 것인데, 이번 ‘그림 뇌물’도 그중 일부인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