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출범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서 '경제 야전사령관' 역할을 맡을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내정자의 탈세 및 불법체류 가정부 고용 사실이 13일 드러나 의회 인준에 비상이 걸렸다.
▽탈세 및 불법 이민자 고용=가이트너 내정자는 2001~2004년 국제통화기금(IMF)에 근무하면서 사회보장세와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았다. 국제기구에 근무하면 자영업자처럼 소득을 직접 신고해 이를 토대로 건강보험료와 사회보장세금을 내야 하지만 그는 IMF가 세금을 원천 공제해주는 걸로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 총 탈루액은 약 4만3000달러(약 5800만원).
미 국세청(IRS)은 2006년에 가이트너 내정자의 2003, 2004년 탈루 사실을 적발해 1만6000달러를 추징했다. 그리고 최근 오바마 정권인수팀의 검증과정에서 2001, 2002년 탈루사실이 추가로 발견돼 그는 2만5000달러를 추가로 납부했다.
또 그는 2004년 가정부를 고용하면서 적법한 피고용인 자격을 갖추고 있음을 서류로 확인했지만 그 가정부는 2005년 그만두기 전에 노동허가기간이 만료된 상태였다. 몇 개월간 불법 고용한 셈인 것.
가이트너 내정자는 상원 청문회에 앞서 이런 사실을 자진해서 보고했다.
▽의회 인준 전망=미국에서 공인의 탈세는 심각한 범죄로 여겨진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유모 고용에 따른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법무장관 내정자가 물러난 바 있고,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도 2명의 각료 내정자가 사소한 세금 문제로 낙마했다. 더구나 재무장관은 IRS를 총괄하는 자리다.
하지만 오바마 정권인수팀은 "인선 검증과정에서 밝혀졌고, 이에 대해 검토한 결과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 사안"이라며 "세금 탈루는 고의가 아닌 실수였으며, 이는 국제기구 근무자 사이에 종종 발생한다"고 옹호했다.
민주당인 막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은 "심각한 실수지만 장관으로 부적격하다고 물리칠 사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민주당 다른 의원들도 "자진해서 고백한 점이 가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공화당 소속 재무위원들은 16일에 인준 결정을 하자는 민주당 측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빌 리처드슨 상무장관 내정자의 중도하차, 중앙정보국(CIA) 국장 내정자의 '문외한 논란'에 이어 터진 재무장관 내정자의 스캔들이 오바마 차기 정부에 큰 짐이 되고 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