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초전이 예상 밖의 열기를 띠면 본게임을 앞둔 선수들은 초조해진다.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지켜본 아카데미 심사위원단의 심정이 그럴 것이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제6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장은 후반으로 갈수록 뜨겁게 달아올랐다. 행사 초반 무대에 올라 여우조연상(‘더 리더’) 트로피를 받아든 케이트 윈즐릿은 준비한 소감을 담담히 읽었다. 조연상을 받았으니 주연상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한 것인지 미소 한구석에 시무룩한 그늘이 있었다.
시상식 말미. 여우주연상(‘레볼루셔너리 로드’) 수상자로 다시 호명된 윈즐릿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 명단에만 5번 올랐던 그는 “내겐 상 못 받는 습관이 있었다. 믿을 수 없다”며 울먹였다.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 결과를 점치는 잣대로 여겨진다. 한 달 앞서 열리지만 대개 아카데미가 선택할 만한 미국 영화에 힘을 실어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래드 피트, 앤젤리나 졸리 등의 스타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거장을 외면한 올해 골든글로브 결과를 아카데미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13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작품성 높은 영국 영화에 상을 몰아준 골든글로브의 견해를 아카데미가 얼마나 반영할지 주목된다”고 했다.
아카데미상은 미국 영화산업 관계자로 구성된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주최한다. 언론인은 아카데미 심사위원이 될 수 없다.
골든글로브의 주체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다. 큰 그림은 비슷하지만 아카데미는 좀 더 뚜렷하게 미국 사회의 보수적인 시각을 반영한다. 2006년 골든글로브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휩쓴 ‘브로크백 마운틴’이 아카데미에서는 감독상만 받은 것이 한 예다. 이 영화는 대만 감독 리안의 작품. 당시 ‘크래시’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은 심사 잣대에 대해 적잖은 논란을 낳았다.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2월 22일. 다음 주 발표될 후보 명단에서 선택의 향방이 드러날 것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