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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서민 허리가 휜다

입력 | 2009-01-15 03:04:00

실업급여 설명회 북적수출과 내수가 동반 위축되면서 실업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14일 서울 중구 장교동 노동부 서울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열린 실업급여 설명회에도 신청자들이 붐볐다.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구직활동 방법 및 정부의 구직 정책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 이훈구 기자


작년 12월 취업자수 마이너스 기록

15~29세 실업 급증… 임시-일용직 일자리 급감

‘中企실직’ 대기업 번질땐 고용대란 현실화

정부 “적극적 재정투입 통해 일자리 늘릴 것”

#1 수도권 소재 전문대를 졸업한 뒤 3년 동안 학습지 교사를 하던 양모(28·여) 씨는 최근 구직을 사실상 포기했다. 지난해 안정적인 곳에 취업하기 위해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땄지만 경기침체 탓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모와 함께 지내면서 가끔 도서관에 다닌다는 양 씨는 “경기가 좋아지기만을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2 지난해 5월 PVC 플라스틱 제조업체에서 ‘권고 퇴직’을 당한 한모(60) 씨도 5개월 넘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외환위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남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아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고 있지만 나이가 많다고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한국의 고용시장에도 매서운 한파(寒波)가 몰아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가 5년여 만에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각종 고용 관련 지표가 곤두박질치면서 우리 사회가 우려했던 고용대란(大亂)의 악몽이 시작됐다. 특히 양 씨처럼 일할 의사와 능력이 충분히 있는 청년층, 한 씨처럼 하루 벌어 하루 살기에 바쁜 일용직 근로자들이 고용대란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 ‘일자리 쇼크’ 현실화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2008년 12월 고용동향’을 보면 월별 신규 취업자 수가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20만 명을 웃돌았으나, 이후 계속 줄어든 끝에 10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반전됐다. 멀쩡하게 있던 일자리마저 경기침체와 함께 사라진 것. 수출과 내수의 동반 침체로 산업 활동이 얼마나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에 따라 지난해 신규 취업자는 연간 기준 14만5000명으로 집계돼 정부의 연간 일자리 창출 목표치(20만 명)에 크게 못 미쳤다.

신용카드 부실 여파로 혹독한 경기침체를 겪었던 2003년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연속 고용이 마이너스를 보였던 점을 떠올리면 지난해 12월 발생한 마이너스 고용은 고용대란의 ‘서막(序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아직까지 실업자들은 주로 중소기업에서 나오고 있고 실업급여 신청도 30∼99인의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며 “인력 구조조정이 앞으로 300인 이상 기업으로 확산되면 고용사정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층-일용직 일자리 부족 심각

한창 일할 청년층과 임시직(계약기간 1∼12개월), 일용직(계약기간 1개월 미만) 등 저소득층의 일자리 부족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15∼19세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14.2%, 20∼29세는 3.3% 각각 감소해 미래 세대의 주력 일꾼이 될 청년 실업난이 더욱 혹독해지고 있음을 보여주준다.

기획재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이들의 실업 사태가 장기화되면 사회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걱정”이라며 “앞으로도 고용여건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내수 확충과 일자리 창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시장연구본부장은 “지금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가 맞느냐 틀리느냐를 갖고 논란을 벌일 여유조차 없다”며 “정부가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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