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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싱글낸 힙합듀오 키네틱 플로우 “힙합에 힘 좀 빼고 멜로디를 입혔죠”

입력 | 2009-01-15 07:47:00


‘서정’과 ‘힙합’은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어색한 조합이다. 그러나 힙합 듀오 키네틱 플로우의 음악은 이 어색함을 신선함으로 바꿨다.

잔잔한 피아노 멜로디에 감각적인 랩이 더해진 이들의 음악색은 참신하다.

날 비(飛)에 칼 도(刀)를 써서 ‘칼처럼 날아가 대중에게 각인되겠다’는 뜻을 가진 비도승우와 언리미티드의 약자 유엘티(ULT).

‘역동적인 흐름, 살아 움직이는 말투’라는 의미의 팀명까지. 어려운 이름으로 무장한 이들이 2년 만에 싱글 ‘딜리셔스 데이즈’를 발표했다.

이번 음반은 예전에 비해 한층 유해진 멜로디와 사랑에 관한 노랫말이 귀를 사로잡는다.

“힙합하면 1차원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이 떠오르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반드시 랩은 직설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표현이 달라지면 음악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유엘티)”

키네틱 플로우는 음악만큼 편안하다. 언뜻 보면 ‘정말 힙합 하는 사람일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평범하다. 무리하게 힘을 주지 않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외유내강 스타일이죠. 웃으며 거절하는.(웃음) 거친 것만이 힙합은 아니더라고요. 사실 어렸을 때는 그런 부분이 있었는데 살다보니 달라졌어요. 아름다운 꽃이 되고 싶은 남자들이랍니다.(웃음)(비도승우)”

이들은 1집 당시 MC스나이퍼가 프로듀싱한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기대만큼은 잘 되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부담감이 크죠. 미안한 마음도 있고. MC스나이퍼와 헤어진 건 사이가 나빠져서가 아니라요. 음악적인 견해 차이 때문에 다른 노선을 가게 된 거예요. 지금도 만나면 ‘너희가 잘 돼야지 나도 칭찬 받는다’며 격려해줘요.(비도승우)”

사실 두 사람이 만난 것도 MC스나이퍼의 소개 덕분이었다. 중학교 때 전교 10위권에 들 정도로 모범생이었던 비도승우는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음악에 빠져 언더그라운드로 진출했다.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내던 유엘티는 우탱클랜의 음악을 듣고 랩을 배우기 시작했다. 접점이라고 한 군데도 없던 이들에게 MC스나이퍼는 기꺼이 공통점이 돼줬다.

“저희 어머니가 가야금하시던 분이었어요. 그 피를 물려받았는데 아버지는 제가 음악 하는 걸 무조건 반대하셨죠.(비도승우) 어? 형도 그래? 저희 어머니도 음반 취입은 못했는데 지방 공연 다니면서 공연하셨던 분이에요. 아버지는 제가 음악 하는 걸 결사반대하셨는데 결국 돌아가셨어요.(유엘티)”

두 사람은 의외의 접점이 신기한지 마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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