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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853년 佛사업가 미슐랭 출생

입력 | 2009-01-16 02:58:00


2003년 2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유명 레스토랑 ‘라 코트 도르(황금해안)’의 주인이자 셰프인 브레나르 루아소가 집에서 사냥총으로 자살했다.

17세 때부터 요리를 배운 루아소는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 중 한 명이었다. 그의 식당은 1991년 미슐랭 가이드에서 에투알(별) 3개를 받았고, 프랑스 정부는 요리 문화에 기여한 공로로 루아소에게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수여했다.

지인들은 미슐랭 가이드와 함께 음식 비평계에서 명성이 높은 ‘고미오’가 루아소의 식당에 대한 평가를 낮추자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그가 자살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슐랭 가이드는 요리를 예술의 하나로 간주하는 프랑스에서 ‘음식 문화의 성서’로까지 불리는 요리 비평서.

이 책을 처음 펴낸 앙드레 미슐랭은 1853년 1월 16일 태어났다. 그는 1888년 동생 에두아르와 함께 파리에서 424km 남쪽에 있는 클레르몽페랑에 미슐랭(미국식 발음은 미셰린) 타이어 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는 지금도 세계 정상의 타이어 업체로 군림하고 있다.

미슐랭은 1900년 미슐랭 타이어 회사 부설 여행정보국을 통해 호텔, 레스토랑, 관광 정보를 담은 무료 자동차여행 안내서를 펴냈다. 차를 이용한 여행이 늘면 타이어가 더 많이 팔릴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다. 이 가이드가 인기를 끌자 1922년부터는 돈을 받고 팔기 시작했으며 1957년부터는 유럽 각국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미슐랭 가이드는 매년 업그레이드된 정보를 실어 새로 출간된다. 2001년부터는 관광 정보를 뺀 식당 정보만 따로 묶어 ‘레드 가이드’라는 이름으로 펴내고 있다.

이 책에 평점을 매기는 심사자들은 일반 손님인 것처럼 가장하고 평가대상 식당을 방문해 요리의 맛과 창의성, 분위기, 위생상태 등을 꼼꼼히 점검한다. 상세한 평가기준은 비밀.

1926년부터는 유명한 별점을 주기 시작했다. ‘맛을 보기 위해 여행할 가치가 있는 탁월한 식당’은 별 3개, ‘먼 곳까지 방문할 가치가 있는 훌륭한 집’은 별 2개, ‘후보 식당 중 특히 맛있는 집’은 별 1개를 받는다. 별 1개만 받아도 손님이 몰리며 별 3개를 받은 식당은 명실상부한 최고의 식당으로 인정받는다.

2007년 11월 미슐랭 가이드는 일본 도쿄판을 처음 펴내며 도쿄의 식당 8곳에 별 3개, 25곳에 별 2개, 117곳에 별 1개 등 총 191개의 별을 줬다. 파리(64개)와 미국 뉴욕(42개)을 크게 앞지른 것. 이 때문에 미슐랭 가이드가 100년 이상 이어온 자존심을 버리고 일본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전략적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아직까지 한국판 미슐랭 가이드는 나오지 않았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