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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률 청장 “사의 표명할 계획 없다”

입력 | 2009-01-16 02:58:00


국세청 “수사 시작되면 어쩌나” 술렁

경질론 정면 반박… 與일각 “믿는 구석 있는듯”

세무서장 20여명 등 간부인사 단행할지 관심

“국세청 흘러들어간 그림 4점 더 있다” 소문도

청와대와 정치권 안팎에서 한상률 국세청장의 업무 관련 비위 의혹이 번져나가면서 한 청장의 거취 문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15일 일부 언론에서 한때 한 청장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보도했으나, 청와대가 곧바로 이를 부인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번지는 ‘그림 상납’ 의혹=여권의 한 인사는 이날 한 청장의 부인이 전군표 전 국세청장 부인에게 그림을 상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세청에 흘러들어간 그림은 모두 5점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그림 로비’ 의혹으로 문제가 된 ‘학동마을’은 5점의 그림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검찰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청장은 이날 오후 “사실이 아닌 게 그것뿐이냐. 해명할 가치가 없다”라며 여러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검찰은 청와대에서 한 청장에 대한 내사를 마친 뒤 자료를 넘겨오면 이를 토대로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맡을 가능성이 높다.

▽한 청장 거취 둘러싸고 혼란=이날 한 청장과 어청수 경찰청장이 사의 표명을 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 직후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은 “청와대는 지금 이 시점에서 한 청장과 어 청장의 사퇴서를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접수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 청장이 지인들에게 어떻게 말했는지 모르지만 아직 사의를 표명하거나 사퇴서를 전달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내에선 한 청장이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는 조기 경질론이 우세한 가운데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한 뒤 한 청장의 거취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특히 한 청장이 현 정부의 한 실세그룹과 가깝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한 측근은 “정권인수위원회 시절 한 청장을 교체하려 했지만 대통령의 한 측근 세력이 반대해 결국 유임된 것으로 안다”며 “한 청장은 이후 일부 측근들과 식사 등을 하며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논란이 계속 확산되는데도 불구하고 한 청장이 “사퇴할 생각이 없다”며 강하게 반박한 것에 대해 여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한 청장이 뭔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 청장은 김경수 국세청 대변인을 통해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없으며 사의를 표명할 계획도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어수선한 국세청=이날 국세청의 분위기는 한 청장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보도의 진위를 확인하느라 벌집을 쑤셔놓은 듯 혼란스러웠다.

한 청장을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자 국세청 내에선 사퇴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 청장의 사퇴 여부와 관계없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에 이를 우려하는 국세청 관계자들이 많았다.

국세청 간부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을 많이 발굴하고 실천해 신뢰가 높아졌는데 이런 의혹이 또 터져 안타깝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또 한 청장이 예상치 못한 의혹에 휘말려 휘청거리면서 다음주 초로 예정됐던 중간 간부급 인사가 지연되는 등 국세청의 업무도 일부 차질을 빚고 있다. 15일부터 16일까지 일선 세무서장 20여 명이 퇴임을 하지만 후임자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세무서장 등 중간 관리자급은 고위공무원단과 달리 청장이 인사 결재를 하면 되기 때문에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 청장이 기존에 짰던 인사발령을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