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선 ‘강철 여인’, 물 밖에선 ‘미소 천사’. 한국 카누 선수로는 처음으로 베이징 올림픽에 자력 출전했던 이순자가 훈련 중 주먹을 불끈 쥐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2월 결혼을 앞둔 이순자가 예비 신랑 조종식 씨와 웨딩 사진을 찍으며 수줍게 미소 짓는 모습. 이순자는 “남자친구의 한마디에 없던 힘도 솟는다”며 행복해했다. 사진 제공 이순자 선수
“올림픽서 메달대신 평생반려자-팬 얻었죠”
“아직 정식으로 프러포즈를 받지 못했어요. 결혼식 때까지 안 하면 식장에 안 들어갈 겁니다.”
‘처녀뱃사공’에서 2월의 신부가 되는 이순자(31·전북체육회)는 곧 남편이 될 회사원 조종식(37) 씨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 한국 카누 선수로는 최초로 예선을 거쳐 자력 출전했다.
비록 꼴찌에 머물렀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의 투지는 큰 박수를 받았다.
잊지 못할 한 해를 보낸 그가 다음 달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컨벤션센터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카누에서는 강한 여자지만 미래의 신랑에게는 한없이 부드러운 피앙세다. 그는 “데이트를 하다 보면 오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프러포즈나 마찬가지”라며 웃었다.
이순자는 남자친구의 닭살 멘트도 살짝 공개했다.
“얼마 전 오빠가 그러더군요. ‘내가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대신 운동을 해주고 싶어’라고요. 감동 먹었죠.”
운동밖에 모르던 그는 지난해 1월 지인의 소개로 조 씨를 만났다.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때 직접 현장을 찾아와 목이 터져라 응원해 준 조 씨의 진심에 마음을 열었다.
이순자는 베이징 올림픽을 다녀오면서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고 했다. 평생 반려자를 얻었고 비인기 종목 선수로서의 소외감도 털어냈다.
“저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최선을 다했다’며 어깨를 두드려주는 분들도 있었죠.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동메달을 땄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요.”
이순자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어머니는 2남 9녀를 홀로 키웠다. 그런 어머니에게 항상 미안함을 느낀다.
“어릴 때 엄마에게 ‘왜 나는 이런 집에서 태어났느냐’고 투정도 많이 부렸죠. 하지만 가족을 위해 한없이 희생한 엄마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요. 요즘은 엄마와 수시로 ‘사랑해요, 엄마’ ‘우리 딸 사랑해’라는 전화를 주고받는답니다.”
이순자는 송준영(전북체육회) 카누 감독도 가족처럼 생각했다. 송 감독은 이순자의 청첩장을 대신 돌려줄 만큼 제자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이순자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국제대회 메달로 감독님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순자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그는 “올해는 전국체전 10연패, 내년에는 아시아경기 금메달이 목표”라며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