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아내 위협 성관계
부부 사이에도 강간을 인정하는 첫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고종주)는 16일 외국인 아내(24)를 흉기로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혐의(특수강간)로 기소된 A(42)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법원이 부부간 강제적 성관계에 강제추행죄를 적용한 적은 있지만 강간죄를 적용한 것은 처음이다.
재판부는 “타국에서 힘들고 외로운 처지에 놓인 아내를 사랑으로 보살펴야 함에도 갖은 고초를 겪게 하고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아내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시해 폭력적으로 강간한 것이므로 법 적용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형법상 ‘부녀’에 ‘혼인 중인 부녀’를 제외한다는 근거가 없고 강간죄의 보호 대상을 ‘여성의 정조’가 아닌 인격권에 해당하는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보는 만큼 아내에게도 같은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A 씨가 잘못을 뉘우치고 범죄 전력이 없는 점, 아내가 선처를 바라는 점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내린다”고 밝혔다.
결혼정보회사의 소개로 2006년 8월 필리핀 여성과 결혼한 A 씨는 2008년 7월 아내가 생리 중이라며 성관계를 거부하자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A 씨는 “일부 수긍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