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올해 대학별 고사를 더 다양화하고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지금은 인문계열과 자연계열로 나눠 획일적 논술고사를 치르지만 상경대와 인문대, 공과대와 자연대 지망생이 각기 다른 논술고사를 보면 각 대학은 원하는 인재를 더 정확한 평가방식으로 뽑을 수 있다. 입학사정관들이 가정환경과 잠재능력 창의성을 살펴 흙 속에 묻힌 보석 같은 학생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자립형사립고인 전주 상산고는 버스와 배를 갈아타며 울릉도까지 가서 학생을 만나보고 평가했다는데 대학이 못할 이유가 없다.
올해 고교 2학년이 되는 학생들이 치를 2011학년도 입시에서 3불(不)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의 폐지 여부는 공청회를 거쳐 6월에 판가름이 난다. 상위권 대학과 신입생 모집조차 어려운 대학 사이에 3불의 존폐를 둘러싸고 견해가 엇갈려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을 성싶다. 3불에 대해서는 신중한 논의를 거쳐야 하겠지만 노무현 정권이 박아놓은 교육통제의 대못은 과감히 빼야 할 것이다. 사학의 자율권을 위협하는 개방형 이사제와 대학평의원회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
학생 학부모 등 교육수요자들은 대학마다 입시전형요강이 다양해져 꼼꼼히 따져봐야 할 정도가 됐다. 그래도 대교협 총회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지난 1년간 대학자율화를 추진했지만 뭐가 달라졌느냐” “논술을 비롯해 대입이 자율화됐는지 느끼기 어렵다”는 총장들의 불만이 나왔다고 한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말처럼 자율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중요할 것이다.
대입 자율화는 대학마다 건학정신에 맞춰 신입생을 선발해 인재로 기르는 데 의미가 있다. 어떻게든 성적이 더 좋은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고교 교육과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전형방식을 짜내라는 게 아니다. 각자 최적(最適)의 방안으로 선발한 학생을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로 키워내는 것이 대학의 책임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는 대학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지구촌 어디에서도 창의적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맞춤형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