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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불황이 준 선물 ‘탐욕에 대한 반성’

입력 | 2009-01-19 02:58:00


불황일수록 여성들의 스커트 길이가 짧아진다고 한다. 남자들의 넥타이 색깔도 경기와 무관하지는 않아, 요즘 부쩍 빨간색 넥타이를 매는 직장인이 늘고 있는 것 같다. 어렵고 힘들다는 뉴스만 쏟아지니 화사한 색상의 넥타이를 통해서라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

서점가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코스피도 2,000을 넘어서 3,0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기대에 차 있던 재작년에는 재테크 책이 눈에 많이 띄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동산이건 주식이건 재테크 책은 잘 안 팔리고 새로 출간되는 재테크 책도 별로 없다고 한다. 반면 ‘행복’을 다룬 책은 늘어나고 있다. 행복의 역사, 행복의 재발견 등 서점가의 키워드가 행복론으로 바뀌고 있다.

9·11테러 후 미국인들은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됐고, 직장인들의 귀가시간도 빨라졌다고 한다. 불황기에는 경기가 좋을 때 잊고 있었던 삶의 가치를 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이런 변화는 불황이 주는 의외의 선물이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욕망, 이기심, 탐욕을 통해 발전해왔다. 탐욕이 지나치면 거품이 생기고 결국 이 거품이 터지는 과정이 반복돼 왔다.

경기가 호경기, 경기후퇴, 불황, 회복 등 4단계로 이뤄지는 것처럼 인간의 욕망이 전개되는 과정도 비슷하다.

호황기는 좋은 때지만 경기의 꼭짓점에서는 하강해야 한다는 큰 부담이 있다. 불황기는 견디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면 내실을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부동산 경기는 부동산 시장만의 특징이 있다. 지역적 현상에만 그칠 수 있고, 개별적 현상에만 국한될 수도 있다. 부동산 경기는 전체 경기에 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개별 부동산의 성격에 따라 경기에 선행할 수 있고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투자하고 싶거나 처분하고 싶은 부동산이 어떤 성격인지 차분히 분석해 보는 것도 불황기를 견디는 방법이 될 것 같다.

이방주 부동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