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교정… 물리치료… 선천적 기형 더는 장애 아니다
《내 아이 손가락이 많거나 적다면. 발이 안쪽으로 굽었다면. 고개가 삐뚤어졌다면. 부모는 출산 후 아이의 관절에 선천적인 이상을 발견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이로 인해 아이가 느낄 콤플렉스를 생각하면 부모로서 자책감이 든다. 그러나 선천적 소아기형은 평생 짊어지고 살아야 할 장애가 아니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간단한 물리치료와 수술을 통해 교정이 가능한 것도 있다. 박승준 부평 힘찬병원 소아정형외과 과장의 도움말로 선천적 소아관절장애에 대해 알아봤다.》
○ 기울어진 목, 스트레칭-근육절단으로 교정
아이가 고개를 좌우로 자연스럽게 움직이지 못하고 한쪽으로만 고개를 기울이고 있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잘못 들인 습관이라 생각해 야단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목 근육이나 뼈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개가 한쪽으로 기우는 것을 사경(斜頸)이라고 한다. 사경은 남아보다 여아에게 많이 나타난다. 약 75%는 오른쪽에 발생한다.
선천성 사경은 주로 목 주변 근육이나 뼈, 눈알을 움직이는 근육에 문제가 있어서 생긴다.
가장 흔한 경우는 근육에 선천적인 문제가 있는 것. 목을 뒤로 젖히면 V자 모양으로 보이는 근육(흉쇄유돌근)이 있는데, 이 근육 한쪽에 단단한 덩어리가 생기고 길이가 짧아지면 고개가 반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사경을 그냥 놔두면 머리 한쪽이 납작해지고 얼굴이 비대칭적으로 변하며 척추 변형까지 유발할 수 있다. 사경이 있으면 소아정형외과 전문의의 진단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치료해 줘야 한다.
돌 이전이라면 목 스트레칭으로 80∼90% 교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돌 이후에는 스트레칭만으로 호전이 되지 않으므로 짧아진 흉쇄유돌근을 부분적으로 절단해 늘려주는 간단한 근육절제수술을 받아야 한다. 4, 5세 이전에 수술하는 것이 좋지만 조금 늦은 시기라도 일정 정도의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 손-발가락 기형은 여러 차례 수술할 수도
손과 발의 선천적 기형은 △다른 손가락이나 발가락보다 유독 길이가 짧은 단지증 △손가락이나 발가락 수가 더 많은 다지증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분리되지 않고 두 개 혹은 그 이상이 서로 붙어 있는 합지증이 대표적이다.
다지증은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비정상적으로 더 생겨서 6개 혹은 그 이상이 된 기형으로 출생아 2000∼3000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손에서는 엄지손가락, 발에서는 새끼발가락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다지증 수술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생후 6개월에서 1년 사이가 가장 좋고, 늦어도 4세 이전에 수술을 받도록 한다.
다지증은 남는 손가락을 제거하는 수술이 일반적이다. 형태에 따라 뼈, 힘줄, 인대에 대한 복잡한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합지증은 붙어있는 손가락이나 발가락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주는 분리술을 시행한다.
기형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대개 한 번의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복잡한 기형일 경우 성장과 함께 변형이 진행되면서 재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 안쪽으로 굽은 발, 수술 빠를수록 효과
아이가 발등으로 걷는 경우가 있다. 발이 안쪽으로 굽은 ‘선천성 만곡족(선천성 첨내반족)’이 원인이다. 발 모양이 골프채를 닮았다고 하여 ‘클럽풋(Club Foot)’이라고도 불린다. 발바닥이 안쪽으로 향하고 있으며 발뒤꿈치가 들리고 발의 앞쪽 끝이 바닥 쪽을 향하고 있다.
만곡족은 1000명당 1, 2명이 있을 정도로 유병률이 높다. 남아가 여아보다 2배 정도 많고 절반 정도는 양쪽 발에서 나타난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적 이상이나 임신 초기 발생학적 문제로 보고 있다.
치료는 빠를수록 좋다. 나이가 들수록 만곡족의 비수술적 치료가 어렵고 교정 치료도 복잡해진다.
생후 3개월 이내 신생아 시기에는 수술을 하지 않고도 만족할 만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생후 6개월이 지나고 비수술적 요법으로 치료가 되지 않거나 변형이 재발된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