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피로 누적으로 면역력 떨어지면 발생… 방광, 신장, 생식기 기운 보강하면 재발률 낮아져
“화장실에 다녀온 지 5분도 안 됐는데 또 마려워요. 시원하지도 않고 아랫도리가 빠질 것처럼 아파요.”
나도 모르게 소변이 터져 나올 것만 같고, 아무리 ‘볼일’을 봐도 시원하지 않은 괴로운 질병. 바로 방광염(膀胱炎)이다. ‘빈뇨증’이라고도 부르고 ‘오줌소태’라고도 한다.
신진대사로 체내에 생긴 노폐물이 액체 형태로 방광에 축적됐다가 그 양이 한계에 달했을 때 요도를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 소변. 이때 방광에 저장되는 소변의 양은 성인 기준으로 300∼400cc다.
방광염에 걸리면 곧 쏟아져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정작 소변을 보면 50∼100cc의 적은 양만 나온다. 소변을 볼 때와 보고 난 뒤 찌릿찌릿한 느낌과 함께 소변을 덜 본 것 같은 느낌(잔뇨감)이 든다.
특히 코가 시리도록 추운 겨울철, 화장실에 가기 귀찮아 소변을 참는 경우도 많고 과도한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바로 이때가 방광염이 기승을 부리는 시기다. 방광염은 재발도 심하다.
여성 질환 전문 청담여성한의원 맹유숙 원장의 도움을 받아 방광염의 원인과 해결책을 알아봤다. 2009년에는 시원하게 ‘일보고’ 살자.
○70∼80%가 여성 환자
방광염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쉽게 발생한다. 해부학적으로 볼 때 여성은 남성에 비해 요도가 짧은 데다 회음부와 질 입구가 항문과 가까워 세균이 침투하기 쉽기 때문이다.
방광염은 단순히 소변을 참아서 생기는 질환이 아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피로가 누적돼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도 세균이 요도를 통해 방광으로 침투해 발생한다.
청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성관계를 하거나 성관계 시 요도가 무리하게 자극받는 경우, 대변을 본 후 잘못 닦아내는 습관이 있는 경우도 방광염이 발생할 수 있다.
방광염을 일으키는 균은 80% 이상이 장내 세균인 대장균이다. 대장균은 ‘급성 방광염’을 일으킨다. 특히 임신했을 때는 더 쉽게 대장균에 감염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방광염이 1년에 3회 이상 재발되고 그 과정에서 방광이나 신장의 기능이 약해지면 ‘만성 방광염’으로 발전된다.
한의학에서는 심장에 열이 많아도 만성 방광염에 걸릴 수 있다고 본다. 심장에 열이 많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화가 심장에 쌓인다는 의미로 보기 때문이다.
맹 원장은 “하복부가 심하게 차거나, 신경을 많이 쓰거나, 몸의 기력이 떨어져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면 방광염이 쉽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소변을 자주 보고 싶고 배뇨 시 통증 있으면 의심해야
방광염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은 소변이 자주 마렵고 배뇨 시 통증이 오는 것이다. 방광염이 심해지면 허리 아래쪽과 치골 상부(성기 위쪽의 돌출된 부분)에까지 통증이 느껴진다.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혼탁한 색과 악취가 동반되기도 하고 질염이 동시에 발병하기도 한다.
하지만 발열이나 오한 등의 증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만성 방광염은 초기에는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방광염은 심해지면 신장염으로 전이될 수 있다. 신장까지 감염되면 발열과 옆구리 통증이 나타난다.
급성 방광염에 걸리면 먼저 항생제로 염증을 치료해야 한다. 염증이 다스려진 뒤에는 방광이나 신장 등의 배설기관이나 생식기관을 보강해주는 치료를 받으면 재발될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한방에서는 본다.
맹 원장은 “이때는 침을 써서 생식기 주변의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기운을 북돋워 주는 한편, 배를 따뜻하게 하고 기능을 강화해 주는 한약과 뜸 치료를 병행한다”면서 “그렇게 하면 방광염 예방과 치료도 되지만 요도나 자궁 자체가 튼튼해지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물 많이 마시고 꼬리뼈 밟아주면 예방에 도움
물을 많이 마시면 방광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방광염 재발이 심한 사람은 소변 색이 맑게 나올 정도로 하루 9, 10잔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비타민 C를 복용하는 것도 방광염 예방에 효과적이다.
소변을 무리하게 참는 행위는 위험하다. 방광에 소변이 가득 차 압박을 받으면 조그만 자극에도 염증이 생길 수 있고 방광의 근육도 늘어난다. 또한 소변이 계속 방광에 머물면 감염 위험도 높아진다.
방광염을 일으키는 주범인 대장균은 항문에 많다. 배변 후 앞에서 뒤로 닦아야 대장균이 질이나 요도로 침입하는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배변 후 휴지로 한 번 닦은 뒤 다시 비대를 이용하면 좋다.
성관계 전후에는 생식기를 청결하게 유지한다. 성관계 직후에 배뇨하는 습관도 방광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저항력이 약한 유아나 아동은 생식기를 구석구석 깨끗하게 씻긴 후 뽀송뽀송한 상태를 유지해 주고 몸에 꽉 끼는 옷은 피한다.
케겔운동(골반근육운동)을 수시로 하거나 엎드려 있을 때 가족에게 꼬리뼈를 지그시 밟도록 해도 좋다. 이런 행위는 방광염 예방은 물론 성기능 향상의 효과도 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