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TV하이라이트]연기만 하려면 감정이 잘 안잡혀요

입력 | 2009-01-20 02:57:00


6·25배경 드라마 ‘경숙이…’ 주인공역 심은경

“시대적 배경은 어둡지만 굉장히 코믹하면서 드라마 속에 사람의 희로애락이 다 담겨 있어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연기자 심은경(15·청담중 3년)은 짐짓 어른스러운 표현을 썼다. 심은경은 6·25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가족의 사랑과 갈등을 흥겨우면서도 눈물나게 그린 4부작 드라마 ‘경숙이, 경숙아버지’(KBS2 21일 오후 10시 첫 방영)에서 주인공 ‘경숙’ 역을 맡았다. ‘경숙이…’의 경숙은 장구에 빠져 가족을 돌보지 않는 풍물패 아버지(정보석)와 티격태격하지만 누가 광대 딸이라고 놀리면 확실하게 손을 봐주는 왈가닥 역이다.

상대적으로 풍족하게 자라난 지금의 중학생이 궁핍하고 거친 1950년대의 가족관계를 이해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심은경 학생에게 극중 경숙이의 ‘희로애락’을 물었다.

“희(喜)는 미운 남식이 아저씨 골탕 먹이려는데 개가 잘못해서 아빠를 무는 것이 웃기고, 노(怒)는 윤섭이 때렸다고 윤섭이네 아빠한테 혼나는 것, 애는 아빠와 경숙이, 엄마와 남식 아저씨의 사랑(愛), 낙(樂)은 오해 때문에 경찰한테 잡혀 트럭에 실려 가는데 아빠가 장구를 치고 놀며 트럭을 가로막는 장면요. 미운 아빠지만 멋있거든요.”

심은경은 애는 사랑 애(愛)가 아니라 슬플 애(哀)라고 말하자 얼른 정정했다.

“아, 슬픔. 아빠가 죽는 장면요. 마지막에 어이없이 죽는데 너무 슬펐어요.”

심은경은 “저의 진짜 희로애락도 경숙이와 별로 다르지 않다”며 “드라마 속 경숙이네 가족이 할머니도 어머니도 자기 생각만 하는 콩가루 집안 같지만 다들 서로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에서는 팔레스타인에서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이 화나요”라고 덧붙였다.

옆에 있던 심은경의 어머니는 “은경이가 약간 ‘둔하고’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초등학교 3학년 때 자기 표현력을 키웠으면 하는 마음에 연기학원에 보냈다”며 “요즘은 사춘기라서 다시 말수가 적어졌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감수성이 풍부해서 눈물연기도 잘 했는데, 사춘기가 왔는지 요새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 눈물이 나는데, 막상 연기할 때는 감정이 잘 안 잡혀요. 감독님한테 한 번 더 찍자는 말도 많이 했어요.”

심은경은 좋아하는 작품을 묻자, 무책임한 엄마가 버리고 떠난 아이들이 꿋꿋이 살아가는 일본 영화 ‘아무도 모른다’와 악의 세력에 맞서 지구를 지키는 만화 ‘20세기 소년’을 꼽았다. 서태지와 함께 휴대전화 광고에 출연해 서태지에게 “아저씨 누구세요”라고 물었던 그이지만 실제로는 “서태지 오빠의 광팬”이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