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백인들이 주로 다니는 ‘캐피톨힐 연합 감리교회.’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워싱턴 이웃교회 축하객들 맞이 손잡아
“워싱턴에는 꽤 부유한 지역과 힘들게 살아가는 또 다른 절반의 지역으로 나뉘어 있다. 나는 두 개의 워싱턴을 하나로 잇고 싶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다니게 될 교회에 대해 질문을 받자 “인종적으로 분리된 워싱턴을 연결해줄 교회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같이 ‘갈라진 워싱턴’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워싱턴 내 같은 구역 안에서 이웃하고 있으면서도 인종적으로 분리돼 200년 가까이 반목해온 2개의 교회가 화해하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뉴욕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감리교에 속하는 두 교회는 의회 바로 근처 지역에서 서로 등을 맞대고 나란히 서 있다. ‘캐피털힐 연합 감리교회’에는 주로 젊은 백인들이 다니는 반면 에버니저 교회는 고령의 흑인들이 예배를 드리는 곳이다.
두 교회는 원래 하나였다. 1829년 당시 백인 신도들이 “흑인은 예배할 때 발소리를 많이 내고 찬송가를 시끄럽게 부른다”며 흑인들을 몰아냈고, 쫓겨난 흑인 신도들은 그 옆에 자신들만의 교회를 설립했다.
감리교 지역본부는 수년 전부터 인종으로 갈라진 두 교회에 화해를 명령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갈등을 극복하려고 시도할 때마다 미묘한 인종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오바마 당선인의 취임식은 변화의 기폭제였다. 역사적 현장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수도로 상경하면서 두 교회는 협력을 다짐했다. 취임을 축하하러 온 사람들에게 두 교회가 문을 활짝 열고 공동으로 도움을 제공하기로 한 것.
지난 주말에는 메릴랜드에서 온 청년들이 에버니저 교회에 침낭을 깔고 잠자리를 정하자 캐피털힐 연합 감리교회 교인들이 와서 음식을 나눠주며 이들을 돌봤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