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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구제자금 깔고 앉은 美은행들

입력 | 2009-01-20 02:58:00


최근 구제금융 추가 투입을 놓고 의회 청문회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는 장면을 TV 화면을 통해 지켜봤다.

남부 억양의 한 의원이 “은행이 돈을 대출해주던 때를 기억하지만 지금은 정반대입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맞다. 사람들이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은행이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었던 때가 있었다.

방송에 나온 사람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후 첫 회의 안건에 대해 저마다 훈수를 두고 있다.

내 의견을 말한다면 오바마 당선인과 그의 경제팀은 은행장 300명을 백악관의 이스트룸에 초청해 이렇게 말해야 할 것이다.

“신사 숙녀 여러분, 이 위기는 바로 금융인 여러분이 무분별한 유혹에 빠졌기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우리가 그 실수를 바로잡고 다시 시작할 때에만 끝날 것입니다. 금융은 우리 경제의 핵심입니다. 금융은 산업 전반에 피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는 지난 6개월간 지옥과 천당을 오갔습니다. 이제는 마구잡이로 대출해주던 관행을 끝내야 합니다. 건전한 금융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어떤 경기부양책도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이렇습니다. 우선 동맥경화부터 치료해야 합니다. 우리 경제팀은 여러분들의 재무상태를 분석했습니다. 이제 파산 위기에 처한 은행은 국유화하고 문을 닫을 것입니다. 가치 있는 자산은 경매에 내놓고 부실자산은 경기가 회복될 때를 기다렸다가 팔 것입니다. 취약한 은행은 합병될 것이며 견실한 은행은 부실자산을 신고한 뒤 재무 상태에 따라 추가 금융지원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회생 전략이 없다면 우리는 계속 절뚝거리며 가야 할 것이다. 상당한 고통을 감내하지 않는다면 진짜 환부를 도려내지 못할 것이다. 이는 시장이 계속 불투명한 상태에 놓여 성장해야 할 회사가 피해를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는 굽어 있다’의 저자인 데이비드 스믹 씨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뱅커들은 구제금융 자금이 더해진 현금 더미 위에 앉아 있다. 그들 자신이 은행의 재무 건전성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엉망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스믹 씨는 이렇게 제안한다. “오바마 당선인은 올바른 금융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누구도 은행을 믿지 못한다. 금융인조차 서로 믿지 못한다. 재무상태를 정확히 공개하는 것이 미국의 금융 문제를 푸는 첫걸음이다.”

은행이 완전하게 투명성을 확보해야만 사람들이 은행에 저금할 것이다. 그러나 착각은 하지 말자. 그렇게 하려면 넘어야 할 문제가 엄연하게 존재한다. 이것은 단순한 심리적인 위기가 아니다.

오랫동안 정부는 은행의 자율권을 보장했으며 이것은 우리가 막대한 구제금융 자금 액수에 놀라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재무부는 주요 은행의 재무상태를 냉철히 분석해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모이제스 나임 포린폴리시 편집장은 이렇게 꼬집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러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 멕시코 등 다른 나라들이 경제위기에 처할 때마다 우리는 이들 국가에 ‘충격요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가르쳐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위기에 빠져 ‘충격요법’이 필요한 상황이 되자 이번에는 온건한 대처를 주장하고 있다.”

은행의 동맥경화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경기부양책은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오바마 당선인은 고통을 일찍 받아들여야 한다. 고통을 미루는 것은 회복을 미루는 것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