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을 거치자니 경쟁이 치열하고, 길거리 캐스팅으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건 하늘의 별 따기고…. 과연 우리 아이도 연예인이 될 수 있을까?’ ‘연예인 지망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번쯤 고민했을 법한 문제다. 연예기획사에 들어가 수년간 집중 훈련을 받고도 무대 한번 서기 힘든 게 현실이다 보니 자녀를 선뜻 밀어줄 수도, 무조건 반대할 수도 없는 노릇. 부모의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에게 부모들의 대표적인 고민을 물어 궁금증을 풀어봤다.》
“우리애도 끼가 넘치는데”→ 부모 주관보다 주변의 객관적 평가부터!
【Q】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 자녀가 연예인으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어떻게 판단할까?
【A】 부모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바로 자신의 ‘눈’이다. ‘우리 아이는 노래를 너무 잘 한다’ ‘끼가 철철 넘친다’며 자녀를 기획사에 데려오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부모의 주관적인 견해는 부모와 자녀 모두를 착각에 빠뜨리는 주된 요인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자녀가 연예인으로 성장할 만큼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학교 담임교사나 음악 담당교사처럼 객관적 판단을 내려줄 수 있는 주변인들을 먼저 찾아가는 게 순서다.
연예인 지망생 양성을 목표로 하는 전문학원에 찾아갈 경우에는 학원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일부 학원은 부모의 학원 수강을 부추기기 위해 객관적인 평가보다 ‘끼가 있다’는 애매한 평을 내리기도 하기 때문.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를 포함해 대부분의 연예기획사들이 매년 한두 차례씩 여는 공개오디션도 자녀의 재능을 평가받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오디션에 통과하면 희망분야에 따라 전문 강사로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미취학 또는 초등학교 저학년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근처 문화센터 또는 어린이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연극, 구연동화 수업에 자녀를 참여시켜 가능성을 점쳐보는 것도 방법이다.
가수 보아처럼 뛰어난 재능으로 급성장하는 경우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요즘은 2년 이상 힘든 수련과정을 거쳐 재능을 개발하고 나서야 성공에 이르는 경우가 대부분.
부모는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힘든 훈련과 시련을 견뎌 낼 만큼 자녀에게 의지가 있는지, 단순히 공부 이외의 일이 하고 싶어서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춤 또는 노래가 좋아서”라고 답한다면 근처 학원이나 학교 동아리를 통해 배움의 기회를 주도록 한다.
자녀가 취미생활 수준에서 만족하지 않는다면 전문 교육기관에서 6개월∼1년 동안 연습하게 하면서 그 과정을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
기획사 오디션에 합격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일부 대형 연예기획사는 공개 오디션 말고도 오디션 참여를 희망하는 연예인 지망생들을 위해 별도의 오디션 신청 사이트를 운영한다. 상시 참가신청을 접수하며, 가능성이 엿보이는 희망자들에 한해 오디션 기회를 주고 있다.
오디션에선 자기소개와 노래 춤 연기 같은 개인기, 간단한 질의응답이 진행된다. 최고를 가르는 자리가 아니므로 특별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은 버려도 된다.
심사위원들은 얼마나 ‘실력’이 있는가보단 발톱이 빠질 만큼 힘든 안무연습을 견뎌낼 수 있는 의지가 있는지, 연예인이란 직업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주로 평가한다. 인성도 중요한 평가항목이다.
YG엔터테인먼트 김성훈 실장은 “목적의식과 열정, 인성이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라며 “스스로 ‘왜 연예인이 되고 싶은가’에 대해 깊이 고민한 흔적이 있는 학생에게 ‘가능성’이 있고 본다”라고 말했다.
【Q】 전문학원이나 기획사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할까?
【A】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 기획사에 어떤 연예인들이 소속돼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 유명한 배우나 가수가 많을수록 안전하다고 보면 된다.
대부분 가수를 키우거나 음반제작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사들은 한국연예제작자협회(www.kepa.net)에, 배우 및 연기자를 양성하는 연예기획사들은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www.cema.or.kr)에 등록돼 있으므로 협회 홈페이지를 방문하거나 전화 문의를 통해 관심 있는 기획사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좋다.
전문 연기학원을 선택할 때도 인지도와 어떤 배우를 배출했는지가 중요하다. 자녀와 직접 학원을 방문해 규모나 교육 프로그램, 지도강사 수준을 다른 학원들과 비교해보고 선택하도록 한다. 홈페이지를 방문해 피해 사례가 접수된 적은 없는지 이용자들의 평가를 꼼꼼히 읽어보는 것도 방법.
【Q】 공부는 얼마나 해야 하나?
【A】 중고등학생 때 연예인을 목표로 연습에 뛰어드는 학생이 적지 않다. 학업과 연습을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초중고교 재학생 연예인들도 개인과외를 받아가며 공부를 지속하고 있다”며 “공부를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연예인이 되기까지 적게는 1∼2년, 길게는 5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학업을 등한시한 채 연습에만 매달리면 훗날 낭패를 볼 수 있다. 전문학원이나 기획사에서 교육을 받고 싶은 학생이라면 방과 후 또는 주말이나 방학기간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가수가 영화 촬영을 하고, 연기자가 음반을 내는 시대. 재치 있는 입담으로 스타덤에 오르는 연예인도 있다. 한 분야에 집중하기보다는 ‘멀티플레이어’가 될 수 있도록 다방면에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배우에게 연기 연습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현대무용이나 발레를 배우면 ‘몸을 쓰는 법’을 배울 수 있고 성악은 발성, 호흡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꾸준한 독서나 여행도 감성 개발을 위한 훌륭한 공부가 되므로 지식과 경험을 쌓는 활동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