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선사로 정부대전청사 1동 16층에 있는 산림청장실은 요즘 ‘워룸(War room)’이라고 불린다. 전시에만 있을 법한 이름이 생긴 것은 9일. 대형 그림이 걸려 있던 청장실 벽면에 그래프와 숫자가 빼곡한 상황판이 설치됐다. 청장실이 ‘녹색 일자리 상황실’로 바뀐 것.
‘녹색 일자리’사업은 산림청이 그동안 해 왔던 숲 가꾸기, 산물(山物)수집, 산림재해 예방, 훼손 산림 복원사업 등에 최근 크게 늘고 있는 실업자를 투입하겠다는 것.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 때인 1933년부터 1942년까지 30억 달러를 투입해 실업상태인 청년 300만 명을 산림사업에 투입했고 독일도 10만 명의 일자리를 산림에서 찾았습니다.”
하영제 산림청장은 “녹색 일자리를 만들면 실업문제 해소,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응, 전 국민의 산림 혜택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 청장은 2012년까지 3조3000억 원을 들여 22만6000개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올해에만 4만3000개를 만든다. 참여자들은 월 100만 원 정도의 근로대가를 받는다. 별도의 교육을 받으면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도 있다.
하 청장은 일주일에 한 번씩 주재했던 국장회의를 ‘워룸’을 만든 후에는 거의 매일 열어 진행 상황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
그는 산에서 나오는 목질계 바이오 에너지 활용에도 관심이 많다. 목재 부산물을 톱밥과 같은 작은 입자로 분쇄해 건조·압축한 친환경 대체에너지 목재펠릿(wood pellet)이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 펠릿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명박 대통령은 6일 하 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펠릿의 유용성과 확대방안을 문의하기도 했다. 산림청은 경기 여주군에 펠릿 생산 시설을 만든 데 이어 올해부터 9800억 원을 들여 전국에 확대 보급하기로 했다.
하 청장은 “워룸은 전쟁(경제위기)이 끝날 때까지 계속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