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입니다.
'오바마 시대의 개막에 거는 기대'라는 제목으로 정성희 논설위원의 논평이 있겠습니다.
어제(20일)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역사에 있어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중요한 날이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78%라는 경이적인 지지율 속에 제 44대 미 대통령에 취임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탄생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대통령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경제위기와 이스라엘의 가자침공 등 유례가 없는 안팎의 험난한 도전 속에서 미국을 이끌게 됐다는 사실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슬로건은 변화와 통합이었습니다. 그는 인종 빈부 지역 성별에 따른 차별을 극복하고 미국인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미국 내 기득권 세력에 어떤 뿌리도 없었던 그는 통합을 주장하기에 적임자였습니다. 그는 또 미국은 낡은 사고방식 대신 새로운 시대정신을 필요로 한다며 변화를 주장했습니다.
예상대로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변화와 통합이라는 화두가 그대로 녹아있었습니다. 나아가 그는 국민에게 새로운 도전과제에 걸 맞는 책임과 의무를 주문했습니다. 그는 "사사로운 불만과 허황한 약속, 그리고 오랫동안 계속됐던 반목과 낡아빠진 도그마들의 종식을 선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미국의 위대함은 결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민이 그들이 누리는 자유 못지않게 책임을 느끼길 요구하고, 여가와 놀이, 향락보다는 일과 근면을 추구하길 바랐습니다. 탐욕과 거품에서 비롯된 지난해 금융위기의 본질을 직시한 방향 제시였다고 봅니다. 미국은 저리가라 할 정도의 심각한 분열과 사회적 갈등을 빚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관계에 대해서도 확실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는 "힘만으로 우리를 보호할 수 없으며, 힘의 신중한 사용을 통해 우리의 힘이 커진다"고 말했습니다. '내 편이 아니면 적의 편'이라며 힘으로 세계를 몰아붙였던 전임 부시정권의 유산을 걷어내고 이른바 소프트파워로 세계를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국민의 환호와 지지 속에 출발하는 오바마 정부가 우리나라의 현실과 대비돼 부럽기만 합니다. 오바마 시대의 개막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긍정적 변화를 불러오길 기대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