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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임금 낮춰 일자리 나누기’ 본격 추진해보자

입력 | 2009-01-22 02:55:00


공기업을 중심으로 임금을 낮추는 대신 신규 채용은 늘리는 ‘일자리 나누기’가 추진된다. 한국전력과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 그리고 국책 금융기관들은 대졸 초임을 낮춰 신입사원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을 밝혔다. 아직은 참여하는 공기업이 많지 않지만 민간기업까지 적극 동참한다면 그 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겐 단 하나의 일자리도 아쉽다. 1월 수출이 29%나 감소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성장전망치를 0.7%로 낮췄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일자리가 새로 생기기는커녕 감소가 불가피하게 됐다. 새 일자리가 생기려면 최소한 2%대 성장은 해야 한다. 졸업 시즌인 2월 이후 최악의 고용대란이 우려된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노조가 고통분담 차원에서 손잡고 일자리 나누기에 앞장서야 한다. 정부도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대출금리 인하, 세금납부 연기 등 인센티브를 준비 중이라지만 좀 더 서둘러야 한다.

일자리 나누기가 성공하려면 반드시 임금 수준을 낮춰야 한다. 하루 12시간 근무를 8시간 3교대로 바꿔 고용을 늘려도 인건비용이 줄지 않는다면 하나마나다. 아일랜드와 네덜란드는 노사정(勞使政)이 임금 낮추기와 고용 증대에 합의함으로써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과도한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도 완화돼야 한다. 채용과 해고 조건, 고용 조건에 대한 규제가 유연해지지 않으면 여유가 있는 기업도 채용을 꺼릴 것이다. 프랑스는 법정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자리 나누기를 시도했으나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대졸 초임뿐 아니라 기존 사원의 임금까지도 낮춰야 추가 채용이 가능하다. 국내 대졸 초임은 경쟁국가의 수준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높다. 지난해 한 경제단체 조사 결과 한국의 대졸 초임은 일본보다도 20%나 높고 경쟁국가인 대만의 2배나 된다.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졸 초임 낮추기는 불가피하다.

일부 대기업과 공기업 대졸 신입사원의 과다한 고임금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 대졸자들이 고임금 대기업과 공기업만을 고집하는 까닭에 취업 재수생이 늘어나는데도 중소기업은 구인난(求人難)으로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벌어진다. 비싼 교육비 들여 양성한 인력 자원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고용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중소기업에서 외길을 걷는 사람이 성공하고 사회적으로 대접받는 일은 불가능하다.

대졸 초임은 학력 간, 직종 간 임금 수준을 비교하는 기준치가 된다. 대졸 초임이 오르면 고졸 임금도 덩달아 오르고 일용직 비정규직 임금도 영향을 받는다. 이번 기회에 대졸 초임을 낮추지 않으면 산업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국내 가격이 비싸지니 골프를 치러 해외로 나가고 관광객이 오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원인(遠因)을 따져 보면 국제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고임금 고비용 구조에 있다. 이래서는 수출 증대도, 국제수지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다. 고용대란을 코앞에 두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역설적으로 ‘고비용 고질병’을 치유할 수 있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