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여왕의 치세는 1837∼1901년 64년 동안이나 계속됐다.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랜 기록. 당시 영국은 빛나는 전성기를 이뤘고 자본주의 선진국이 됐다.
빅토리아 여왕의 권위는 대단했다. 국민과 정치인 모두 여왕의 식견과 의견을 존중했다. 여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권력을 휘두르지 않았다.
1819년에 태어난 빅토리아는 18세 때 백부의 뒤를 이어 왕좌에 올랐다. 그의 두 딸이 모두 요절했기 때문이었다. 여왕이 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어머니를 왕궁 밖으로 내보낸 것이었다. 어머니는 정적들로부터 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친구는 물론 홀로 있는 시간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어머니의 침실에서 함께 자야 했다.
여왕은 훗날 어머니가 자신의 어린시절에 대해 꼼꼼히 적어놓은 노트를 발견하고 적개심을 버렸다.
여왕은 1840년 외사촌인 앨버트 공과 결혼한다. 앨버트는 소심하고 우울했으며 깔끔한 성품이었다. 빅토리아는 16세 때 앨버트를 처음 만나고선 그에게 푹 빠져버렸다. 일기에는 ‘멋진 사촌’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담겼다.
이후 몇 년간 떨어져 있던 데다 두 사람 모두 결혼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돼 있지 않았으나 20세를 막 넘긴 빅토리아는 드디어 동갑내기 앨버트에게 청혼했다. “내 청혼을 받아들여 준다면 행복이 넘쳐흐를 거예요.”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영원히 당신의 노예가 되겠소. 당신의 충직한 앨버트.”
빅토리아는 다소 고압적인 자세로 남편을 대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남편이 따뜻한 가정을 꾸려갈 수 있도록 이끌어줘 왕실에 가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후세의 평가를 받고 있다.
여왕의 자녀는 모두 9명. 이후 후손들이 유럽의 각 왕실로 흩어져 나가 빅토리아 여왕은 ‘유럽 왕족의 할머니’로도 불린다.
앨버트 공이 42세 때 장티푸스에 걸려 사망한 뒤 빅토리아 여왕은 머리맡에 남편의 사진을 걸어놓고 그의 셔츠를 안고 잠들었다. 자식 넷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살아남았던 여왕은 1901년 1월 22일 81세로 영면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