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타 킨테는 북을 만들려고 마을 외곽에서 나무를 찾다가 노예상인에게 붙잡힌다. 1767년 만딩카 부족의 전통적인 성인식을 치른 뒤였다.
아프리카를 떠난 배는 미 대륙으로 향한다. 흑인들은 돼지우리나 다름없는 지하에서 3개월을 지내는 동안 선상 반란을 일으키지만 제압당한다.
메릴랜드 주의 아나폴리스에 도착한 뒤 쿤타 킨테는 노예로 팔린다. 농장주인인 존 레이놀즈는 토비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중노동과 구타와 모욕이 이어진다. 쿤타 킨테는 가혹한 현실로부터 도망치려고 여러 번 시도하다가 실패한다. 그는 농장주 동생에게 다시 팔린 뒤 여성노예인 벨과 결혼한다.
두 사람에게서 태어난 딸은 10대 후반에 노스캐롤라이나에 팔려가서 농장주에게 성폭행당하고 아들 조지를 낳는다.
조지는 1820년대에 영국에 팔려갔다가 자유인으로 미국에 돌아온다. 그의 아들인 톰 하비는 대장장이로 지내다가 미국 독립전쟁에 참가한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이 괴롭히자 하비는 가족을 이끌고 새로운 삶을 찾아 테네시 주로 떠난다.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흑인, 알렉스 헤일리는 이들이 자기의 조상이라고 설명한다.
ABC 경영진은 이런 줄거리의 미니시리즈 ‘뿌리(Roots)’를 어떻게 내보낼지 고민했다. 미국 사회에서 매우 민감한 인종문제를 다뤘기 때문이다.
일정한 간격을 두지 않고 8일간 연속해서 방영하기로 결정했다. 비난과 불만이 쏟아져도 속전속결로 끝내기 위해서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977년 1월 23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8부작이 이어지는 동안 130만 명 이상이 시청했다.
여론조사기관인 닐슨에 따르면 미국에서 나온 프로그램 중에서 역대 3위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리즈는 에미상 37개 부문에 지명돼 9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골든글로브와 피바디상도 받았다.
알렉스 헤일리는 같은 제목의 책을 1976년 8월 17일 출간했다.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이어지는 흑인의 수난사를 10여 년에 걸친 현지답사를 통해 생생하게 묘사해 100만 부 이상이 팔렸다.
저자는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역사와 소설의 중간에 속한다는 이유로 특별상이었다. 이 책은 표절시비에 휘말리고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을 받는 등 많은 화제를 낳았다.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날, ‘뿌리’에 대한 자료를 다시 찾아 읽으면서 “우리 선조들은 200년 이상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며 감격스러워하는 흑인 노예 후손의 표정이 떠올랐다.
송상근 기자 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