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경영안정자금 7000억 이미 바닥나
경기 선제대응위해 한도액 3조로 늘려야”
일부선 “재정부담은 생각 안하나” 반대론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한나라당과 정부에서 추가경정예산을 조기에 편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나라당은 28일 중소기업 긴급 경영안정자금으로 2조3000억 원을 추가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 경제위기극복 종합상황실의 나성린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영안정자금은 당초 7000억 원이 책정됐지만 이미 신청된 금액만 8500억 원”이라며 “‘중소기업창업 및 진흥기금’ 운용계획을 바꿔 한도를 3조 원으로 늘려야 한다”고 보고했다.
이번에 증액을 추진키로 한 경영안정자금 2조3000억 원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채권을 발행해 조달할 수 있지만 채권 이자와 집행 금리 간 차액 460억 원은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녹색 뉴딜’ 사업 소요자금 중에서도 2조 원가량은 다른 곳에서 예산을 끌어와야 한다.
노동부도 지난해 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경기 악화로 실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서면 실업급여 확충 등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처럼 당장 돈이 들어갈 곳은 많은데도 예산은 제한돼 있어 한나라당은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다.
추경 편성 시기도 상반기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해야 한다는 신중론보다는 이왕 할 거면 경기 상황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조기에 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 편이다.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최근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면 추경 편성을 포함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정책위 관계자는 “추경을 조기에 편성한다면 3, 4월에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13일 추경 편성 요건을 완화한 국가재정법 개정안도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예산 편성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조기 편성론에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하지만 각 부처에서 예산 요청이 밀려들고 있어 한편으로는 추경 조기 편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올해 예산을 확정한 지 한 달도 안 된 상태에서 추경 편성 얘기를 꺼내는데 대해 부정적 시각도 만만찮다.
올 예산은 이미 20조 원 이상의 적자 국채 발행을 전제로 하고 있다. 더욱이 기존 예산의 경기 대응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경을 편성하면 국가부채만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한구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예산을 짠 지 한 달도 안 된 상황에서 추경 논의를 하는 것은 스스로 엉터리 편성을 했다는 것을 시인하는 꼴”이라며 “추경을 꼭 해야 할 상황인지, 추경 효과가 있을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