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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천덕꾸러기 ‘라이어’가 거짓말같이 히트쳤죠”

입력 | 2009-01-29 02:58:00


‘대학로 이단아’서 ‘연극계 주류’ 떠오른 이현규 파파프로덕션 대표

《한때 대학로 소극장을 대표했지만 2004년 호프집으로 바뀌었던 바탕골소극장이 23일 해피씨어터라는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이 극장의 개막작으로 이현규(39) 파파프로덕션 대표가 제작하고 연출한코믹 역사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가 무대에 올랐다.

‘난중일기’에 빠진 이순신의 3일간의 행적을 놓고 그가 왜군 무사에게 납치됐다는 발칙한 상상을 펼친 뮤지컬이다.

충청도 출신의 이순신이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가 하면

고구마 하나를 먹으려고 용을 쓰는, 인간적이고 서민적 영웅으로 그려진다.》

○ 10년 이상 장기공연으로 ‘흥행신화’

이 대표에게 이날은 특별한 날이다. 한때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그가 마지막 남은 돈 2000만 원을 털어 넣어 직접 제작·연출한 연극 ‘라이어’의 첫 무대가 바로 바탕골소극장이었다.

“두 달 임대계약을 하고 반응이 좋으면 장기공연으로 가려 했는데 갑자기 극장주가 바뀌는 바람에 공연장을 바꿔야 했어요. 마침 입소문을 타고 관객이 몰린 시점이라 속이 탔죠.”

다행히 인근 샘터 파랑새극장으로 옮겨 공연을 이어간 ‘라이어’는 대학로 연극의 흥행신화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두 집 살림을 차린 한 남자의 좌충우돌 거짓말 행각을 담은 영국 코미디를 번안한 ‘라이어’는 평균 두 달이던 대학로 연극 공연 기간을 10년 이상으로 연장시켰다. 올해는 ‘라이어’가 장기공연 체제로 들어간 지 10주년 되는 해다. 이 대표는 그 수익으로 샘터 파랑새극장 1, 2관과 행복한극장, 강남의 동양아트홀에 이어 ‘라이어’의 요람인 바탕골소극장까지 전용극장으로 만들었다.

지난 10년간 그는 대학로의 이단아였다.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연극으론 밥 먹고 못 산다”는 통념에 도전하고자 ‘쉽고 재밌는 연극’에 매달렸다.

“당시 대학로에선 거창한 문구로 포장된 부실한 연극을 보면서 지루하다고 느끼는 관객이 오히려 죄책감을 느껴야 했죠. 비싼 티켓을 사고 불편한 객석까지 감수하는 관객이 왜 소외돼야 하는지 늘 불만이었습니다.”

그가 택한 길은 예술성을 강조하는 공급자(연출자와 배우) 중심에서 대중성을 앞세우는 수요자(관객) 중심으로 연극을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지난 10년간 대학로는 동호인 성격이 강한 극단 체제에서 흥행에 민감한 기획사 체제로 바뀌었지만 ‘라이어’는 그런 변화의 역효과로 취급받곤 했다.

“4500회 공연에 150만 명의 관객이 ‘라이어’를 봤습니다. 대다수는 연극을 처음 보는 분이었고 상당수는 ‘연극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며 연극에 눈을 떴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연극에 입문한 관객에게 연극의 진면목을 보여 주는 ‘애프터서비스’에 파파프로덕션이 얼마나 충실했느냐다.

“2005년부터 매년 대상에 1000만 원을 지급하는 창작희곡공모전을 개최하고 지난해부터는 편당 2000만 원의 제작비를 들여 실험적 워크숍 작품을 제작 중입니다. ‘영웅을 기다리며’도 2005년 공모전 대상 작품으로 ‘난중일기에는 없다’라는 연극으로 먼저 선보였습니다.”

○ 브로드웨이서 한미 합작 공연 제작 꿈

기획사 체제로의 전환을 선도한 그는 “파파프로덕션은 기획사가 아니라 극단”이라며 뜻밖에도 극단 체제로의 회귀를 주장했다. 현재의 기획사 체제가 공급 과잉과 제작비 상승, 창작력 고갈로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자생력을 키우려면 기획력과 제작력을 겸비한 ‘프로덕션 체제’로 변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파프로덕션은 20명의 전속단원을 두고 매달 80명의 직원에게 월급을 지급한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내년 하반기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로 건너가 직접 한미 합작 공연을 제작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영상제공 = 파파프로덕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