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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조용우]정부가 車업계 도와주고 싶어도 못하는 이유

입력 | 2009-01-29 02:58:00


세계 주요국들이 세계무역기구(WTO)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위기에 처한 자국(自國) 자동차 산업 구하기에 나섰다.

영국 정부는 27일(현지 시간) 글로벌 경제 위기로 고전 중인 자동차 업계를 돕기 위해 23억 파운드(약 4조6000억 원)에 이르는 자동차 산업 지원책을 발표했다. 독일 정부도 최근 출고된 지 9년이 넘은 중고차를 폐차하고 신차를 구입할 경우 2500유로(약 445만 원)의 장려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도 고사(枯死) 상태에 직면한 자동차 업체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구제금융 지원을 추진 중이다. 중국 정부는 해외 마케팅 자금을 명분으로 자국 자동차 기업에 대해 수조 원씩을 지원하기로 했다.

각국 정부가 무역 마찰을 감수하면서 자동차 산업 지원에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동차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어느 산업보다 크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통상 2만∼3만 개의 부품이 필요하다. 1개 완성차 업체와 이에 납품하는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고용인원만 수십만 명에 이른다.

한국 자동차 업체의 사정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오히려 더 열악한 형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아직 직접 자금 지원에 나설 기미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해 말 “미국의 자동차 산업 보호가 잘못하면 WTO 규정에 위배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국내 자동차 업계를 지원하기 어려운 이유는 딴 데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군살’을 빼기 힘든 경직된 노사문화 때문이다. 일본 미국 유럽의 자동차 기업들이 앞 다퉈 감산 감원 등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음에도 국내 자동차 업계는 새해 벽두부터 근로시간을 늘리라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자동차 노조마저도 정부 지원의 전제 조건인 인력 감축에 극렬히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영석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가 친환경 미래 기술 개발 등에 자금 지원을 하더라도 자동차 업계의 노동과 생산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생존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전제되지 않은 정부 지원은 부실만 키워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비판을 자동차 업계는 되새겨봐야 할 것 같다.

조용우 산업부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