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가 자연 약탈형 개발 시대였던 반면 21세기는 자연 친화형 개발 시대가 돼 가고 있다.
친환경 그린 에너지는 이제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30년 전까지만 해도 친환경 상품 개발은 배부른 소리로 치부됐다.
그런 속에서 인간에게 환경 친화적 상품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 물질이 염화불화탄소(CFC)다.
1928년 미국의 토머스 미즐리에 의해 발견된 CFC는 미국 듀폰사가 ‘프레온 가스’라는 이름으로 팔면서 일반인에게는 프레온 가스로 알려졌다. 마치 ‘지프’나 ‘포클레인’처럼.
무색무취의 가스로 화학적으로 안정된 데다 금속을 부식시키지 않아 냉매, 발포제, 분사제, 세정제 등으로 산업계에 폭넓게 사용됐다.
또 인체에 미치는 독성이 없고 불연성을 지닌 이상적인 화합물로 한때 ‘꿈의 물질’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1974년 프랭크 롤런드 교수가 오존층 파괴 문제를 제기하면서 CFC에 대한 인식이 변하기 시작했다. 오존층은 인체와 생물에 해로운 태양 자외선을 흡수하는데 CFC 가스가 자외선에 의해 염소원자로 분해되면서 오존층을 뚫는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스웨덴은 1978년 1월 29일 세계에서 처음으로 CFC가 함유된 에어로졸 스프레이의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나 CFC를 주로 사용하는 미국과 유럽의 대부분 국가는 스웨덴과 같은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미국의 기상위성 님부스 7호가 남극의 오존층 파괴 모습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한 사진을 전송하면서 이 같은 기류도 극적인 반전을 맞게 됐다.
결국 선진국들은 1985년 오존층 보호에 관한 빈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1987년 오존층 파괴 물질의 생산과 사용을 규제하는 몬트리올의정서를 체결했다.
1989년 1월부터 발효된 몬트리올의정서에 따라 선진국은 1996년부터 CFC의 생산 및 수입이 금지됐고 개발도상국은 1997년부터 단계적으로 감축해 2010년에는 사용이 완전 금지된다.
우리나라는 1992년 몬트리올의정서에 가입했고 이에 앞서 1991년 CFC의 제조량을 규제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이 같은 전 세계적인 노력에 힘입어 2003년 2월 과학자들은 오존층 파괴 속도가 크게 늦춰졌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지적이다.
배출된 CFC 가스가 대기 중에서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50∼100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2010년 CFC의 사용이 완전 중지되더라도 오존 구멍이 완전히 메워지기까지는 그 후로도 50년 이상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