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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치과 버스가 왔어요 휠체어 환자 오세요”

입력 | 2009-01-29 02:58:00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리프트를 이용해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의 ‘이동진료차량’에 탑승하려는 모습(왼쪽)과 차량 안에서 장애인이 진료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 이동진료 시작… 쪽방촌 등 올 46곳 방문

“나 무서워. 치료 안 받을래요.”

“다른 친구들은 다 씩씩하게 치료받았는데 겁쟁이처럼 도망치고 싶어요? 오늘은 아픈 게 아니라 이가 튼튼한지 아닌지 보는 거예요.”

23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 성동장애인종합복지관. 절대 치료를 안 받겠다며 버티던 정신지체장애인 이재민(16) 군은 장애인 치과치료에 능숙한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 의사선생님들의 배려 속에 진찰을 무사히 마치고 진료 버스를 나갔다.

찾아가는 ‘장애인치과 이동진료’는 이동에 제약이 많은 중증장애인을 직접 찾아가 치료해주기 위해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이 올해 시작한 프로젝트.

병원은 서울시에서 5억7000만여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45인승 대형버스를 개조해 진료장치를 설치했다. 휠체어를 탄 환자들도 쉽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휠체어 리프트도 설치했다.

깨끗하게 단장한 버스에 의사 2명과 사회복지사 등 총 5명이 탑승해 진료를 펼쳤다.

이동 진료에 대한 환자들의 반응은 좋았다. 치료를 마치고 나온 천세욱(17) 양은 “아프지도 않았고 치과치료를 받으니까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아들 이지원(17) 군을 데리고 온 어머니도 “애가 워낙 치과를 무서워해서 일반치과는 꿈도 못 꾸는데 이렇게 치료를 받고 나니 속 시원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은 올 한 해 진료 버스를 타고 쪽방촌, 장애인 복지관 등 46곳을 찾아 5000여 명을 방문 진료할 계획이다.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은 국내 최초의 장애인 대상 치과병원으로 2005년 8월 성동구 홍익동에 문을 열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이 병원에서는 하루 평균 56명의 서울시 거주 장애인이 치료를 받는다.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일반치과에 가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장애인들에게 치과치료란 쉬운 일이 아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진료대에 앉기 힘들뿐더러 정신지체장애인들은 치료에 심한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 김진명 원장은 “장애인을 친절하게 치료해주는 일반치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환자들은 예약시간이 뒤로 밀리는 등 일반병원에서는 종종 소외되곤 한다”며 “중증장애인이나 정신지체장애인들을 통제하는 데도 일반병원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은 이런 장애인들을 배려하고 설득하며 짧게는 30분, 길게는 2∼3시간 진료를 하는 등 특화된 서비스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환자 중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50%의 진료비 감면 혜택을, 일반장애인에게는 비보험 진료과목에 대해 20%의 감면 혜택을 준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