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새 수목극 ‘미워도 다시 한 번’에서 주연을 맡은 탤런트 전인화, 박상원, 최명길(왼쪽부터). 사진 제공 KBS
“단아한 인수대비 이미지 벗고
중년의 사랑 연기 변신 설레요”
“스스로 ‘나에게는 이런 역이 맞는 거야’라며 울타리 안에 연기 세계를 가둬 놓았던 것 같아요. 막상 뚜껑을 열고 연기하다 보니 제게 이런 모습이 숨겨져 있었어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시티에서 열린 KBS2 TV 새 수목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 번’(2월 4일 첫 방영) 제작발표회에서 톱스타 배우 은혜정 역을 맡은 탤런트 전인화(44)를 만났다.
그는 “노출이 심한 의상이나 화려한 장신구와 화장이 어색하기도 하지만 제 나이에 맞는 당당한 모습을 연기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사극 ‘여인천하’의 문정왕후, ‘왕과 나’의 인수대비 연기로 기품 있고 단아한 왕후 이미지로 각인된 전인화는 중년의 사랑을 다룬 이 드라마에서 적극적이고 화려한 현대 여성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
“사극을 고집한 것은 아니에요. 잠깐 아이를 키우며 연기를 쉬고 난 뒤 결혼한 여배우들은 현대극에서 바로 주인공의 엄마 역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 서글펐어요. 배역이 내키지 않아 많은 시간이 지났죠. 어느 인터뷰에선가 남편(유동근)이 ‘내 아내가 설 자리가 없는 것이 속상하다’고 했더라고요. 자기 나이에 맞게 여배우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극중 은혜정은 이정훈(박상원)을 사이에 두고 그의 부인인 대기업 회장 한명인(최명길)과 삼각관계에 놓인다. 한명인은 이정훈과 애정 없는 결혼을 한 채 첫사랑과 낳은 아들을 키우고, 부회장 이정훈은 부인 몰래 자신의 첫사랑 은혜정을 20년 동안 만난다. ‘흔한 불륜극이 아니냐’는 시각이 부담스러웠는지 연출자 김종창 PD는 “어떤 드라마라고 미리 짐작하지 말았으면 한다”며 “나이가 들어도 희석되지 않는 첫사랑의 그림자에 갇힌 인물들을 통해 인생에 대한 질문을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인화는 “이 사랑은 맞고, 저 사랑은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라며 “누구나 가슴앓이 할 수 있고, 거기서 성숙하게 설 수 있느냐는 문제에 부딪히는 것이 인간”이라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