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 집단은 이성을 잃은 듯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입에 담기 어려운 악담과 욕설만 퍼붓더니 어제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내세워 “남북 사이의 정치 군사적 대결상태 해소와 관련한 모든 합의를 무효화한다”고 선언했다. 화해와 불가침 및 협력 교류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와 서해 해상군사경계선에 관한 조항도 폐기한다고 했다. 몽니도 이런 몽니가 없다. 남북 당국 간 약속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파기하겠다고 해도 되는 것인지, 이런 집단과 언제까지 상대해야 하는지 참담한 심정이다.
북한은 합의 폐기 이유로 남한의 약속 불이행을 들었지만 억지다. 합의를 지키지 않은 쪽은 북한이다. 한반도비핵화선언을 어기고 핵무장을 하고, 6·15공동선언의 핵심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약속도 지키지 않은 게 누구인가. 상호불가침을 약속한 남북기본합의서를 깨고 서해상에서 두 차례 도발을 감행한 것도 북한 아닌가.
남북기본합의서 1∼3조는 상호 체제 인정과 존중, 내부문제 불간섭, 비방 중상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북이 매달리는 10·4정상선언에도 상호 존중과 내부문제 불간섭이 들어 있다. 북한이 이런 약속들을 털끝만큼도 존중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조평통이 그동안 우리 정부를 ‘이명박 패당’으로, 이 대통령을 ‘역도’로 지칭한 데서도 명백히 드러난다.
북한은 “언제 어디서든 만나서 10·4선언의 실행 방안을 논의하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도 거부하고 있다. 50년 넘게 해오던 수법 그대로 남한을 위협하고 긴장을 조성해 남북관계를 자신들의 뜻대로 가져가겠다는 망상에만 사로잡혀 있다. 그러면서도 언제든 대화의 문은 열어 놓은 듯 이중 플레이를 한다. 김 국방위원장은 23일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에게 “한반도 정세의 긴장상태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 조평통이 이날 “(남과 북이) 불과 불, 철과 철이 맞부딪치게 될 전쟁 접경으로까지 왔다”고 한 극언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이럴수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북의 통미봉남(通美封南) 기도를 사전에 분쇄할 수 있도록 한미공조를 다져야 하고, 군(軍)은 만에 하나 북이 도발할 경우 단호하게 응징할 태세를 갖춰야 한다. 그것이 북한의 오판과 경거망동을 막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