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대금 결제시점따라
수천억대 손 - 익 엇갈려
지난해는 국내 4대 정유사가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유가(油價)와 환율 변화로 현기증을 느낀 한 해였다. 유가가 뛴 상반기에는 ‘천국’을, 곤두박질친 하반기에는 ‘지옥’을 맛봤다.
그러나 똑같이 천당과 지옥을 다녀왔음에도 지난해 실적은 회사별로 제각각이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규모가 9000억 원이 넘었으나 GS칼텍스는 당기순손실이 832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에쓰오일은 당기순이익 4484억 원으로 선방했으나 다음 달에 지난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현대오일뱅크는 상당 폭의 당기순손실이 예상된다.
○ 롤러코스터 탔던 정유사들
전문가들은 “‘중동에서 원유를 들여와 정제해 판다’는 사업 형태는 같지만 회사마다 원유도입구조와 외화부채, 사업구성이 조금씩 달랐던 게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먼저 ‘어느 나라에서 원유를 들여오느냐’는 차이점이 있었다. SK에너지는 주로 쿠웨이트에서, GS칼텍스는 오만과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 현대오일뱅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이란 등에서 수입한다.
오만과 아랍에미리트는 원유를 유조선에 실을 때 대금을 받는 방식을 고집해 GS칼텍스는 대부분 원유 선적 때 값을 치른다. 현대오일뱅크는 선적기준 계약과 도착기준 계약이 7 대 3 정도,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은 선적기준 계약과 도착기준 계약이 5 대 5 정도다.
유조선이 페르시아 만에서 한국 남부 해안까지 오는 데 대략 21∼22일이 걸리기 때문에 지난해 상반기 유가가 치솟는 동안에는 수송 기간 중 저절로 재산이 불어나는 셈인 GS칼텍스의 계약 방식이 유리했다. 지난해 2분기 GS칼텍스는 당기순이익이 3280억 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하반기 들어 유가가 곤두박질치자 속수무책이었다. 지난해 7월 4일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 값은 배럴당 140.70달러였으나 지난해 12월 31일 가격은 배럴당 36.45달러로 5개월 남짓 사이에 무려 100달러가 넘게 떨어졌다.
○ 결제 방식 등으로 실적은 천차만별
정유사들은 원유 대금을 치를 때 단기 외화 부채를 이용하는데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연말에 환율이 급등하자 이중으로 손해를 보게 됐다. 특히 GS칼텍스는 공장 증설을 위해 달러 빚이 있는 터라 타격이 더 컸다.
결제 방식 외에도 정유사들의 실적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은 더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제품인 휘발유 가격이 재료인 원유 가격보다 더 싼 기현상이 벌어졌는데, 이때는 값싼 벙커C유를 재처리해 값비싼 휘발유 등으로 만드는 고도화시설이 적은 현대오일뱅크가 가장 타격이 컸다.
‘원유 값〉휘발유 값〉벙커C유 값’의 가격대가 형성돼 원유로 휘발유를 만들면 손해지만 벙커C유로 휘발유를 만들면 이익이 생기는 상황이었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 SK에너지는 정유사업 외에도 석유개발사업에서 지난해 3091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러나 에쓰오일은 정유·석유화학·윤활 부문 외에 다른 사업을 하지 않아 정제 마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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