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BR 창간 1주년 기념 직장인 1105명 설문조사
“리더의 능력에 비해 가진 권한 많다” 47.2%
젊은 직장인 일수록 리더의 도덕성 덜 따져
“지도자 역량 내게 도움” 상사 의존도 높아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전문성과 창의적 능력을 갖춘 인재가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런 인재들을 효과적으로 육성하고, 한국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리더로 키우려면 기업 리더들이 바람직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창간 1주년을 맞아 실시한 한국 리더십 실태 조사에서 한국 직장인은 자신의 리더에 대해 상당히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리더의 역량에도 매우 박한 평가를 내렸다. 리더 역량에 대한 만족도가 낮기 때문에 리더들이 실제 역량에 비해 과도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도 뚜렷했다.》
○“리더의 최우선 조건은 업무능력 및 전문성” 45.7%
한국 직장인들은 자신의 리더가 보유한 역량에 매우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직속 상사의 역량에 관한 전반적인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불과 34.7%만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리더의 역량과 능력에 비해 리더가 가진 권한이 많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7.2%가 ‘그렇다’고 답했다.
세부 항목별로 직속 상사의 역량을 평가하는 항목에서도 상당히 낮은 점수를 줬다. 이번 조사에서 리더의 역량은 △업무 능력 및 전문성 △책임감 △코칭 및 직원 육성 △커뮤니케이션 능력 △도덕성 △공정하고 적절한 보상 및 평가 △비전 제시 △갈등 조정 역량 △창의성 △감성 역량 등 10가지 항목으로 이뤄졌다. 응답자들에게 항목별로 최고 10점, 최저 1점으로 평가해 달라고 주문했다. 응답자들은 10개 항목 중 8개 문항의 평균 점수(100점 만점 환산)를 50점대, 2개 문항의 점수를 60점대 초반으로 줬다. 전 항목에 F학점을 준 셈이다.
바람직한 리더가 갖춰야 할 최우선 조건으로는 절반에 가까운 45.7%가 업무 능력 및 전문성을 꼽았다. 책임감(23.6%)이 2위, 비전 제시(9.4%)가 3위를 차지했다. 커뮤니케이션(6.7%), 도덕성(4.7%), 코칭 및 직원 육성(4.6%)이 뒤를 이었다.
조사 기관이 뽑은 특이한 점은 리더의 도덕성에 관한 응답이었다. 젊은 세대가 리더의 도덕성을 더욱 중시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0대 직장인과 30대 직장인이 리더의 최우선 조건으로 도덕성을 꼽은 비율이 4.0%, 3.3%로 낮았다. 반면에 40대와 50대는 각각 5.7%, 8.6%로 오히려 젊은 세대보다 리더의 도덕성을 훨씬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영일 왓슨와이어트 이사는 “이는 한국 젊은 직장인에게 ‘설령 리더의 도덕성이 떨어지더라도 일만 잘하면 된다’는 사고가 은연중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 남성적 리더십 팽배… 여성에 어필할 리더십 계발해야
주목할 만한 점은 거의 전 문항에서 남성과 여성의 응답이 눈에 띄는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리더 역량에 대한 만족도, 리더 역량과 자신의 업무 성과를 연계하는 정도, 리더의 역량과 비교한 권한 수준 등을 묻는 질문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리더 역량에 대한 평가 항목에서 남성은 ‘만족한다’는 응답이 35.9%였고, 여성의 만족도는 32%였다. ‘리더의 역량이 향상되면 본인의 업무 성과도 높아진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남성은 82.2%가 긍정적 답변을 한 반면 여성은 74.7%가 긍정적 답변을 내놨다.
‘리더의 역량과 능력에 비해 리더가 가진 권한이 많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서도 남성은 46.1%가 리더의 역량에 비해 권한이 많다고 한 반면 여성은 49.6%가 그렇다고 답했다. 여성은 상대적으로 △리더에 대한 만족도가 낮고 △리더의 역량 향상이 자신의 업무 성과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도 적으며 △리더가 역량에 비해 많은 권한을 지니고 있다는 부정적 사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리더에 대한 기대 지나쳐… 시스템이 아닌 人治 선호
리더 역량에 대한 낮은 만족도는 직장인들이 리더에게 과도한 기대를 갖고 있으며, 추종자(follower)의 의존성도 높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기대치가 높으니 리더에 대한 만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리더의 역량이 업무 능률 향상에 도움을 주느냐는 질문에 51.8%가 넘는 직장인이 ‘그렇다’고 반응했다. ‘아니다’라는 반응은 17.9%에 불과했다. 즉 리더 역량이 높을수록 자신의 업무 능률도 높아진다고 보는 직장인이 그렇지 않은 직장인보다 약 3배 많다는 뜻이다.
리더의 역량이 본인의 업무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대답이 약 52%에 달했는데도 리더 역량에 대한 만족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35%에 그쳤다. 리더가 자신의 업무에 도움을 주긴 하지만 지금보다 더 잘해야 리더에게 만족할 수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리더에 대한 높은 기대는 리더의 역량과 자신의 업무 성과를 연계하는 질문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리더의 역량이 향상되면 자신의 업무 성과 또한 높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무려 80%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리더 역량에 대한 낮은 만족도가 직장인들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보다 리더가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성향과도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박두진 헤이그룹 부장은 “유교 문화의 전통에 익숙한 한국 직장인은 상사에게 ‘부모형 리더십’을 바라는 경향이 짙다”며 “리더뿐 아니라 추종자 역시 자기계발과 리더에 대한 의존성을 낮추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설문조사 어떻게 했나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2008년 12월 19∼23일 직장인 1105명(남 756명, 여 349명)을 대상으로 직속 상사의 리더십 역량에 관한 설문을 실시했습니다.
응답자의 연령은 20대 24.7%, 30대 35.4%, 40대 30.4%, 50대 이상 9.5% 등 주로 20∼40대 직장인이었습니다. 직급은 과장급 이하가 66.0%로 가장 많았으며 차장급 13.2%, 부장급 12.1% 순이었습니다. 응답자의 직속 상사 직급은 차장급 18.0%, 부장급 20.4%, 임원 20.1% 등이었습니다.
직군별로는 지원 관리 24.9%, 영업 마케팅 20.3%, 제조 생산 18.8%, 연구개발 14.0% 등의 분야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주를 이뤘습니다.
또 한국계 기업 종사자가 95.4%, 외국계 기업 종사자가 4.6%를 차지했습니다.
설문은 리서치 전문기관 엠브레인과 인크루트가 공동 진행했습니다.
기사 전문은 28일 발행된 동아비즈니스리뷰 26호(2월 1일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창간 1주년 기념호에는…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창간 1주년 기념호(26호·2009년 2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이번 호에는 지난해 DBR에 실린 주요 기사를 엄선한 별책 부록 ‘Management in a Turbulent Era’가 함께 발행됐습니다. DBR는 앞으로도 경영 지식의 무한보고(無限寶庫)로서 독자 여러분께 최고의 콘텐츠를 선사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Cover Story/Paradigm Shift
지금 우리는 경제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지만 언젠가 위기는 끝나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펼쳐질 것이다.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고객은 어떻게 달라지며, 기업은 무엇을 대비해야 할지에 대한 지혜를 찾아야 한다. 한국 최고의 전문가들이 DBR에서 미래의 경영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위기관리 트레이닝/‘허드슨 강의 기적’ 이끈 4가지 비결
체슬리 슐렌버거 3세 기장은 갑자기 엔진이 고장 난 여객기를 허드슨 강 수면 위에 성공적으로 착륙시켜 155명의 목숨을 구하고 영웅이 됐다. 그가 위기 상황에 부딪히고 나서 해법을 판단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분. 슐렌버거 기장이 긴박한 위기 상황에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CEO 승계 경쟁에서 승리하는 비결
최고경영자(CEO) 후보 자리에 있는 경영자들이 주요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 구축에 미숙해 경영권 승계에 실패하는 사례가 있다. CEO 후보들은 현직 CEO, 동료, 직속 부하, 고객, 분석가, 주주, 이사회의 요구와 우려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이에 대처해야 한다.
‘경영지식의 무한보고-동아비즈니스리뷰(D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