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재 ‘바이 아메리칸’조항 美하원 통과… 한국에 미칠 영향은
건축자재-유화제품 등 대상 확대 가능성
“가격 경쟁력 오히려 상승” 호재 분석도
미국 하원을 통과한 경기부양법안인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조항과 관련해 한국 철강업계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바이 아메리칸 조항이란 경기 부양 자금으로 미국 내에서 구입하는 철강 제품은 미국산이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의 대미 수출에 대해서는 다소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KOTRA와 한국철강협회는 30일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대해 반덤핑 또는 세이프가드(수입제한) 조치 등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 대체적으로 수출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뿐만 아니라 미 상원에서는 철강 이외에 다른 토목 및 건축 원자재 품목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피해가 여러 업종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초미의 관심은 상원의 결정
국내 철강 업계는 이번 법안의 ‘직접적’인 피해보다는 ‘후폭풍’을 더 우려하고 있다.
KOTRA는 30일 내부 분석을 통해 “이번에 통과된 ‘바이 아메리칸’ 조항은 경기 부양 자금으로 구입하는 철강 제품은 무조건 미국산이어야 한다는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철강뿐만 아니라 각종 건축 자재, 석유화학 제품 등도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더 강경한 수정안이 상원에서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또 KOTRA는 “미국산 제품을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각종 경기부양 프로젝트가 추진되면 미국산 철강 제품 가격이 수요 증가로 인해 상승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국산 제품과의 가격차가 더 벌어져 미국의 반덤핑 및 세이프가드 조치 발동 등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고개를 드는 계기가 될 수 있어 반갑지 않은 소식”이라면서 “2000년대 초 ‘미국발 수입제한조치’가 결국 유럽연합과 중국의 보호무역으로 이어져 철강재 가격 폭등의 단초가 됐다”고 말했다.
게다가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이 한국을 ‘대체 시장’으로 삼을 경우 국내 철강업계의 타격도 불가피하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잘 활용하면 기회가 될 수도
그러나 지나치게 비관적인 전망은 이르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미국으로 수출하는 주요 철강 제품들은 환율 효과 등으로 이미 지난해부터 수출 호재를 맞고 있다. 주요 철강 수출 품목인 철강관의 경우 2008년 수출은 전년 대비 93.9%나 증가했다. 한국을 포함해 WTO 조달협정 가입국들은 20만 달러 이상 규모의 미국 내 경기부양 관련 프로젝트 계약 건에 대해서는 ‘바이 아메리칸 조항’에서 면제된다. 바이 아메리칸으로 미국산 철강의 미국 내수가격이 올라간 틈을 타서 한국산 제품이 미국에서의 ‘호재’를 맞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대목이다.
즉 20만 달러 이상 규모의 대규모 프로젝트들은 ‘바이 아메리칸’ 관련 규제를 받지 않게 돼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수요가 오히려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KOTRA 관계자는 “이번 조항은 악재와 호재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며 “향후 상원에서 어떤 내용의 조항이 수정, 통과되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