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최대의 클림트 컬렉션을 자랑하는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미술관의 아그네스 휘슬라인아르코 관장. 이 미술관은 클림트의 ‘키스’를 비롯해 2월 2일 개막하는 ‘클림트 황금빛 비밀’전에 선보이는 ‘유디트Ⅰ’ ‘아담과 이브’ 등 27점의 유화를 소장하고 있다. 사진 제공 벨베데레 미술관
클림트 컬렉션 최다 보유 벨베데레 미술관 휘슬라인아르코 관장
《눈 돌리는 곳마다 ‘클림트’와 마주친다.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거리의 광고판에서도 클림트의 그림을 만나는 도시. 빈은
‘클림트의 도시’다. 그 중심에 있는 벨베데레 미술관. 세계 최고 최대의 클림트 컬렉션을 보유한 미술관으로, 이곳이 움직여야 클림트 전은 성사된다. 쏟아지는 전시 요청 중 어디를 수락할지, 벨베데레의 ‘선택’이 클림트 소장가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표준’이 되기 때문이다. 화려한 바로크 양식의 미술관 2층에 자리 잡은 관장실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아그네스 휘슬라인아르코(55) 관장은 “한국전을 위해 그의 작품세계 전모를 이해할 수 있도록 시기별 대표작을 망라해 보냈다”고 소개했다. “황금빛 시기의 그림은 극히 숫자가 적은데 ‘유디트Ⅰ’은 가장 아름다운 작품 중 하나입니다. 나로서는 ‘키스’보다 ‘유디트Ⅰ’이 클림트 최고의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술사를 공부하고 미술관 등에서 일한 뒤 2년 전 관장으로 취임한 그는 “클림트는 언제나 빈에 현존한다”며 클림트를 통해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문화교류의 새 장이 열리는 데 기쁨을 표시했다.
―클림트 컬렉션에 대해 소개한다면.
“벨베데레는 오스트리아 미술을 국제적 맥락에서 보여주기 위해 세운 국립미술관이다. 우리 미술관을 대표하는 클림트의 유화는 1908년 정부가 사들인 ‘키스’를 비롯해 27점을 소장하고 있다. 상당수는 기증받은 작품인데 클림트의 사생아로 태어나 훗날 영화감독이 된 구스타브 우치키도 세계대전 이후 경매와 시장에 나온 아버지의 작품을 선의로 수집해 기증했다. 하지만 기증작 중 일부는 나치에 의해 약탈된 작품이란 이유로 원 소유주 후손의 반환청구소송이 잇따라 제기돼 지금까지 4점의 그림을 돌려줘야 했다. 가장 가슴 아팠던 순간은 ‘아델레 블로흐 바워의 초상Ⅰ’을 우리 손에서 떠나보내야 했을 때였다. 미국에 사는 후손은 작품을 받자 2006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 내놓았고 당시로선 회화 최고가인 1억3500만 달러에 팔렸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복제되는 화가로 알려진 클림트, 왜 이렇게 인기인가.
“그의 작품에는 사람을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다. 사람의 영혼을 어루만진다고나 할까. 영적이면서도 관능적 매력이 공존하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을 느낀다. 또 어린이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개성이 뚜렷하다. 미술사적으로 클림트 작품은 유럽의 가장 흥미로운 세기말을 들여다보게 한다. 무엇보다 그의 회화에는 여러 겹의 층이 존재한다.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색채와 다양한 장식의 아름다움은 여성들을 사로잡는다. 실제 생활은 그렇지 못했지만 그림에서만큼은 여성의 심리를 너무도 잘 이해하고 표현했다. ‘키스’에서 볼 수 있듯 여자를 지배하는 카리스마적 매력도 보여줘 남성 관객들도 좋아한다. 드로잉도 환상적이다.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드로잉을 봐야 한다. 한마디로 그의 작품은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을 준다.”
―황금빛 그림에 이어 말년에 풍경화를 주로 그렸는데….
“그는 자연을 매우 사랑했다. 작업실에도 정원을 꾸미고 산책을 즐겼다. 여름휴가 때면 영혼의 동반자였던 에밀리 플뢰게와 함께 아터제 호수에서 보낸 시간은 그에게 충만한 감동과 행복을 안겨주었다. 자연에서 힘과 에너지를 얻은 그는 빈에 돌아와 화려한 색채가 춤추는 듯한 풍경화를 그렸다. 우리 미술관은 2001∼2002년 초상화들을 조명한 데 이어 2002∼2003년 풍경화전을 열었다. 클림트는 초기의 고전적 회화부터 황금빛 그림, 초상과 풍경화 등 평생에 걸쳐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발전시켰는데 한국전에선 이를 총체적으로 보여주게 된다.”
―작품을 보내는 준비도 만만치 않을 텐데….
“클림트의 작품처럼 국보급 작품은 미술관이 허락해도 정부에서 엄격한 규정을 만들어 통제하기 때문에 해외로 내보내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가 사용한 캔버스는 매우 약해 여행하기에 적합지 않다. 다행히 한국전에는 대표적 유화와 벽화의 파손을 최소화하면서 좀 더 많은 관람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재현한 ‘베토벤 프리즈’ 등 미술관이 자랑하는 작품을 다수 선보일 계획이다. 작품 하나하나가 천문학적 가치를 지닌 만큼 특수 제작된 케이스를 마련하는 등 치밀한 준비가 필요했다. 보안도 문제여서 클림트 작품은 한 비행기로 절대 움직이지 않고 각기 다른 스케줄에 따라 움직인다. 보존전문가가 그림과 함께 비행기에 타고 가며, 도착하는 대로 작품의 피로를 점검하는 등 작품 관리와 보존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키스’를 궁금해하는 팬도 많은데.
“‘키스’는 절대 나라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다. 이번에 미술관 하궁에서 열린 기획전에 외출한 것을 빼고는 30여 년 동안 상궁에서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지난해만 80여만 명의 관람객이 이 미술관을 찾았다. 대부분 클림트의 작품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다. 2월 2일 개막식에 맞춰 내한 예정인 휘슬라인아르코 관장은 “한국에 20여만 명의 회원을 가진 클림트 클럽이 있다고 들었다”며 “클림트를 사랑하는 한국인들을 만나고 싶다”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빈=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클림트 황금빛 비밀’전시회
2월 2일∼5월 15일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어른 1만6000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5000원. 02-334-4254, www.klimtkorea.co.kr
::아그네스 휘슬라인아르코
△ 1954년 빈 출생
△ 빈대와 파리 소르본대서 미술사와 고고학 전공
△ 1981∼2000년 소더비 빈 지사를 창립하고 대표를 맡음 (1990년대 구겐하임미술관의 유럽개발 담당 이사 겸임)
△ 2001∼2003년 잘츠부르크의 루페어티눔미술관장
△ 2003∼2005년 잘츠부르크현대미술관장
△ 2007년 1월∼벨베데레미술관장
△ 큐레이터로 장 뒤뷔페전(2003년) 등 여러 전시를 기획했고 현재 체코 화가 알폰스 무하전을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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