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0일 밤 서울 양천구 목동 SBS TV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대통령과의 원탁대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 출연하기 위해 스튜디오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원탁대화에서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로 인해 불거진 김석기 서울경찰청장(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 문제를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일하다 실수하는 것은 놔두고 일 안 하는 사람을 감사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분명하게 답변했다.
이 대통령은 “경찰 편을 드는 것도, 철거민을 문제 삼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하면서도 “그래야 공직자가 일을 하지 않겠느냐. ‘잘못하다가 우리만 당한다’는 생각을 심어주면 누가 일을 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국가의 질서가 잡히려면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옛날에는 장관이 잘못했다고 신문에 나면 그 사람을 내보내고 했다는데 그게 옳은 것은 아니다”며 “법을 위반한 사람을 단속하다가 자신이 잘못될 수 있다고 여기면 어떤 경찰이 현장에 나가겠느냐”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직자들이 책임을 안 지려고 일을 안 해서 내가 감사원에 가서 ‘열심히 일하다 실수하는 것은 감사를 면제해줘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조사를 해서 결과에 따라 조치를 하면 된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위기 상황에서 책임 있는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며 김 서울경찰청장의 거취 문제를 쟁점화한 야당을 비판했다.
패널로 출연한 서울대 조국(법학) 교수가 “철거민들을 ‘도심 테러리스트’라고 하면서 경찰이 강경 진압을 했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완전히 일방적인 이야기 같다”며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사건을 예로 들면서 “미국은 사태가 터져도 총장이나 경찰이 책임지는 것이 아니다. 진상 조사와 과학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따져 재발 방지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는 법질서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모든 것을 폭력이나 힘으로 하면 안 된다”고 법질서 확립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용산 참사 같은 사고를 막는 근본적인 방지책으로 “법률적, 제도적으로 철거민 문제를 해결해주는 정부 기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