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내고 잡혀가면 다 끝인가 우리는 어디서 보상받나” 분통
지난 20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외부유출이 금지된 경마정보를 돈을 받고 제공한 혐의로 기수 2명과 마필관리사 등이 경찰에 구속된 데 이어 22일 서울경마공원 재정위원회가 경마부정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성일 조교사에 대해 경마관여금지 처분(스포츠동아 1월 30일자 단독보도)을 내리자 한국마사회(회장 김광원)에 대한 경마팬들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흥분를 삭이지 못한 경마팬들은 한국마사회 홈페이지(company.kra.co.kr) 게시판에 연일 항의성 글을 올리며 마사회의 각성을 촉구했다.
경마팬들의 분노는 주로 그 동안 팬들이 부정경주에 대해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했음에도 마사회가 수수방관했다는 점, 사고가 터지면 그때뿐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이 없었다는 점에 맞춰졌다.
경마팬 오○○씨는 ‘마사회는 반성하시오’라는 제목의 게시판 글에서 “부정경마에 연루되어 잡혀가고 벌금 물면 다 끝나는 것인가. 팬들의 소중한 돈은 누구한테 보상을 받나. 그 동안 부정경마 단속하라고 고발하고 신고했어도 그대들은 무엇을 했는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마사회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마사회는 힘없는 기수들이 나쁜 일에 마음이 가지 않도록 원천봉쇄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이성일 조교사는 자신이 재수가 없어 적발되었다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많은 부정경마가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라 의구심을 풀지 않았다.
경마팬들의 분노는 지난 해 취임한 김광원 한국마사회장에 대한 성토로 이어졌다.
경마팬 김○○씨는 “팬들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는 마사회가 되겠다더니 ‘품 안의 자식’들도 못 돌보는가. 이런 못된 조교사·기수들이 있는 한 마사회는 절대 팬들로부터 사랑도 신뢰도 받지 못할 것”이라며 이제부터라도 ‘집안 단속’을 제대로 해 줄 것을 촉구했다.
박○○씨는 “모든 사회가 발전을 거듭하는 시기에 왜 한국마사회만 과거로 돌아가는가. 마사회장이 당장 XXXX해야 답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경마부정 사태에 대해 경마팬들은 “차라리 기수를 태우지 말고 말들끼리만 경주를 하게 하라”, “경마장을 기수의 양심에 맡길 수 없으니 한국인 기수를 대폭 줄이고 외국기수를 영입하라”는 등의 감정 섞인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씨는 “경마장 고객 모두가 벼랑 끝에 선 입장”이라면서 고객이 하나로 뭉쳐 한 목소리를 내야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마사회는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성일 조교사에 대한 재정위원회의 결과를 공지한 이후 이번 사태에 대해 아직까지 이렇다 할 공식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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