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눈물’…어머니께 혼났다”
“(김)광현이나 (류)현진이 등 젊은 후배들이 한국 야구가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이 결코 운이 아니라는 걸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확인시켜줬으면 좋겠다.”
대표팀에서 은퇴한 박찬호(36·사진·필라델피아)가 김광현 류현진 이대호 김태균 등 국가대표팀의 젊은 피들이 WBC에서 한국 야구의 힘을 다시 한번 세계에 보여주길 간절히 기대했다.
일본 미야자키 두산 캠프에서 훈련 중인 박찬호는 30일 사이토구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광현이나 대호가 ‘또 다른 박찬호, 이승엽’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야구의 성장을 전세계에 또 한번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눈물을 흘리며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혔던 박찬호는 당시 눈물에 대해 “(나중에 생각해보니) 남자로서 솔직히 쑥스럽기도 했고, 창피하기도 했다. 어머님께서 보기 싫으셨던지 혼을 내시기도 했다”고 털어 놓았다.
예능프로그램인 KBS 2TV의 ‘1박2일’에 출연하는 등 예전과 달라졌다는 평가에 대해 “모든게 ‘업’돼 있을 때도 있었고, 한때는 거만해지기도 했을 때가 있었다”면서 “사람들은 모두 변하고 나도 그렇다. 좀더 성숙한 모습으로 변해가길 바라고, 노력하고 있다”고 진솔하게 속내를 밝혔다.
처음 국내 프로팀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그는 “한국 프로야구의 훈련을 보고 싶었기 때문에 함께 했는데 재미도 있고, 나도 배우는 게 참 많다”면서 “아침, 오후, 야간으로 이어지는 두산 캠프의 훈련 강도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세다.미국은 독립심을 키워주지만 한국 야구는 관리시스템이 좋다”고 혀를 내둘렀다.
또 “여기 와서 젊은 선수들의 기량 등에 놀란 것보다도 가장 보람된 것은 담배를 피우는 젊은 선수들을 볼 수 없다는 점”이라며 “이는 바로 오래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등학교 때 선배들 담배 심부름을 하다 몇 대 피워본 게 다”라고 흡연 전력(?)을 소개한 박찬호는 “지난번 대표팀에서 내가 주장을 맡았을 때, 어느 날인가 휴식일에 (임)태훈이가 방 안에서 혼자 ‘텔미 춤’을 추는 걸 본 적이 있다. 어떤 것이든 좋아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건 좋은 것이다. 태훈이는 누구보다 야구도 좋아하고, 열심히 한다. 자신감도 넘친다”며 신인왕 출신 투수 임태훈을 칭찬했다.
최근 필라델피아 언론이 5선발 가능성과 함께 불펜 중용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는 것에 대해 “내가 타자로 치면 대타도 할 수 있고, 대주자도 나갈 수 있다고 검증됐기 때문일 것”이라면서도 “선발 기회를 택해 필라델피아에 간 것”이라며 선발 합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박찬호는 1일 한국으로 돌아와 5일 부인 박리혜씨의 책 출판 기념회에 참석한 뒤 6일이나 7일쯤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미야자키(일본)|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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