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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축구 주말리그제’ 空소리 쩌렁

입력 | 2009-01-31 08:18:00


대한축구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부하는 선수’를 육성키 위해 올해 4월 도입키로 결정한 고교축구 ‘주말 리그제’ 시행을 놓고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30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09 고등리그 시행 토론회’에선 즉각 시행을 희망하는 측과 ‘유예’를 요구하는 반대 측 패널이 두 시간 가량 격론을 벌였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이견만 확인했다.

작년 11월 ‘학교축구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이 제도는 학기 중 토너먼트 대회를 폐지하는 대신 연중 지역 리그를 벌이고 연말 왕중왕전을 갖는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토론회에 나온 상당수 고교 지도자들과 학부모들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장기적 축구 발전을 위해 시행은 불가피

제도 도입 찬성 측은 축구 선수들이 학교 수업을 등한시하고 운동만 했던 기존 틀을 바꿔야한다고 주장한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해야만 장기적으로 축구 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논리다. ▲공부하는 풍토 ▲경기력 향상 ▲학부모 재정 감소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우상일 문체부 체육정책과장은 “학원 선수가 실업·프로로 진출할 수 있는 것은 5%에 불과하다. 남은 95%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기룡 축구협회 기획실 부장도 “팀 당 최소 18경기에서 22경기 이상 실전을 갖기 때문에 경기력에는 문제가 없다. 토너먼트의 폐단을 막기 위해 오래 전부터 꾸준히 얘기가 나왔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다른 협회 관계자도 “이 제도는 확정이 아닌, 조율 단계에 있다. 간담회도 열 예정이다. 대학 진학 문제로 학부모들이 두려움을 호소하는데 이미 여러 학교들이 체육특기생 입학 요강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목소리도 반영해야

리그제 시행을 반대하는 측은 ▲충분한 설명이 없었고 ▲대학 진학 때 불이익이 우려되며 ▲현장 여건을 무시한 정책이라고 대립각을 세웠다. 토론회 패널로 나선 오희천 통진고 감독은 “선수들이 공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미 여의도고 등 일부 학교들은 모든 수업을 마친 뒤 훈련을 한다. 우리 학교도 오전 수업은 꼭 참석토록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협회와 문체부 등은 리그제 도입과 관련해 설명을 했다고 하는데 실상, 그 자리에 몇 명이나 참석했느냐”면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인조구장 등 환경도 안돼 있다. 현장 실상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덧붙였다. 한 학부모는 “작년 11월 정책이 발표된 뒤 5개월 만에 시행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난 아들이 시험대에 오르길 원치 않는다. 취지는 좋지만 저학년부터 시행되도록 2-3년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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