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탈출하려면 필요하다
한국은 개인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50, 60대 중장년층 대부분은 자산의 80% 이상을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개인의 자산규모가 크게 줄어들어 소비나 노후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현금이 필요해지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해 번거롭고, 비용도 만만찮게 든다. 따라서 전체 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율을 줄이거나 상대적으로 가격하락의 영향을 덜 받는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령 필요 이상으로 넓은 집에 산다면 작은 집으로 옮겨 남은 자산을 현금화한다든지 투자용 부동산도 전세보다는 월세 형식으로 전환해 현금흐름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을 직접 소유하기보다 리츠(REITs)나 부동산펀드 같은 간접보유 형태로 바꿔 소액의 지분이나 채권을 보유하는 것도 직접투자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이다. 이렇게 부동산을 유동화하거나 유동화된 부동산상품에 투자하면 가격이 급락하는 시기에도 상대적으로 안정되게 자산을 운용할 수 있다.
다만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각종 부동산 유동화 제도가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많이 나오고 있다. 투자상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수차례에 걸친 부동산대출 유동화로 투자규모가 부풀려지고 상품의 위험도가 희석됐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미국의 주택가격 폭락으로 ‘원본 자산’이 붕괴되면서 현재 위기가 시작됐고 관련 파생상품이 연쇄 붕괴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부동산 유동화에 대한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경제 전체로 본다면 부동산 유동화는 덩치 큰 고정자산을 잘게 나눠 개인도 보유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새로운 투자나 대출 자금원을 창출하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 즉 부동산 유동화를 통해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용이해지고, 부동산 대출금리는 낮아질 수 있다. 빌딩이나 대형 상가 같은 부동산을 유동화 상품을 통해 개인이 소액으로 보유할 수 있는 자산으로 바꿔 줌으로써 중산층도 육성할 수 있다.
부동산대출 유동화가 현재 위기를 초래한 것은 운영과정에서 관리, 감독이 소홀한 탓이 크다. 통닭을 한 사람이 통째로 먹기는 버겁지만 잘게 쪼개 요리하면 많은 사람이 손쉽게 식사할 수 있는 것처럼 부동산 유동화는 시장을 활성화시킨다. 경제 전체는 물론 개인들을 위해서도 부동산 유동화는 장점이 더 많은 방법이고 위기 극복에 활용해야 할 제도다.
이상영 부동산114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