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을 지배하는 이슈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연초 미국 신정부의 경기부양 기대감으로 반등했던 시장은 관심이 실적과 경기지표로 옮겨가면서 하락세를 보이더니 이제는 2차 금융구제안인 배드뱅크 설립에 온통 관심이 집중돼 있다. 워낙 빠르게 관심사가 바뀌어 그때그때 대응이 쉽지 않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경기침체라는 현실과 향후 개선 기대감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말 미국 증시는 배드뱅크 설립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하락 마감했다. 재원마련, 부실채권 매입가격 결정방법 등 세부조건에 대한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번 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할 것으로 기대되는 금융구제책에 배드뱅크안이 빠질 가능성도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되면 미국 증시뿐만 아니라 글로벌 증시 전반이 또 한 차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배드뱅크를 만들어 금융권 부실채권을 일괄 매입, 청산하는 것은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대부분의 국가에서 마지막이자 궁극적인 해결의 카드로 제시되는 것이다. 한국도 그랬고, 일본도 그랬으며, 미국도 1980년대 후반 저축대부조합 파산 당시 그랬다. 그러고 나서야 금융기관들은 정상화되는 수순을 밟았다.
따라서 현재 미국에서 이에 대해 이견이 있다고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배드뱅크는 설립될 것이고 금융기관은 그렇게 정상화될 것이다. 문제는 적절한 타이밍이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은 주주의 이익이나 정치적 상황을 너무 고려하다 적절한 시기를 놓쳐 버렸다.
한편 국내 주요 기업의 4분기 실적 발표는 지난주 정점을 이뤘고 점차 마무리 국면에 진입했다. 이번 주부터는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기관의 실적발표가 시작된다. 특히 관심이 가는 부분은 은행의 실적발표다. 지난해 4분기 불거졌던 외화자금 조달 문제와 건설, 조선, 해운업 구조조정과 부동산 가격 하락이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주 목요일에는 영국과 유럽의 금리 결정이 예정돼 있다. 영국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이미 제로금리와 더불어 양적완화 정책 가능성도 시사한 상황이라 추가 금리인하는 확실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가 3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에 2월 회의에서 금리인하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유로존의 1월 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의 최저수준을 기록하는 등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예상외의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관심을 가질 만한 경제지표로 미국에서는 ISM 제조업지수와 비제조업지수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4분기 추락한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향후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국내 지표로는 1월 수출입 실적이 발표될 예정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수출입 실적이 지난해 대비 약 35% 감소해 사상 최악의 결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