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쓰인 20세기 최고 소설.” “현대 모더니즘 소설의 문을 활짝 연 기념비적인 작품.”
아일랜드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1882∼1941)의 ‘율리시스’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다. 의식의 흐름과 내면의 독백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통해 소설의 형식을 근본적으로 뒤집어놓은 문제작이라는 말이다.
‘율리시스’는 아일랜드의 더블린을 무대로 1904년 6월 16일 오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일어난 일을 묘사한 소설이다.
지금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발표 당시엔 그 난해함으로 인해 독자들에게서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음란하다는 지적도 많이 받았다. 이로 인해 조이스는 소설을 집필하거나 출간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율리시스’는 1918∼1920년에 뉴욕의 아방가르드 문예잡지 ‘리틀 리뷰’에 연재됐다. 그러나 저질스럽고 음란하다는 이유로 연재 금지를 당하고 말았다. ‘율리시스’가 수록된 ‘리틀 리뷰’는 압수됐고 작품은 1921년 법정으로부터 외설 판정까지 받았다.
‘율리시스’는 골칫덩어리가 돼버렸고 아무도 이 소설을 출간하려 들지 않았다. 수모를 당하던 ‘율리시스’는 1922년 프랑스 파리에서 빛을 보게 됐다.
이 소설을 출간한 곳은 파리 센 강변에 있는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20세기 초 문학예술에서 아방가르드와 모더니즘을 이끌던 대표적인 문화 공간의 하나였다.
세상이 이 소설을 비난하고 외면하는 상황에서 서점 주인인 미국 출신의 실비아 비치는 모든 재정적 자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율리시스’는 1922년 2월 2일 출간됐다. 이날은 조이스의 40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소설이 출간됐지만 영국과 미국에선 여전히 외설 시비가 계속됐다. 영국에 보급할 예정인 500부 가운데 499부가 세관에서 몰수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조이스의 명성은 높아졌다. “탁월한 문학적 재능”이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이후 조이스는 빛을 봤지만 실비아에게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소설을 둘러싼 논란으로 적지 않은 재정 손실을 입은 것이다. 실비아가 어려움에 처하자 조이스는 ‘율리시스’의 전 세계 판권을 양도하는 계약서를 써주었다. 그러나 조이스는 이 계약을 파기하고 실비아 몰래 랜덤하우스와 미국 판권 계약을 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