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한때 ‘경제와 기업을 이해하는 정치인’이라는 평을 들었다. 그는 쌍용그룹에 17년간 몸담아 실물경제에 밝다. 경제 분야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많이 활동했고 산업자원부 장관도 지냈다. 운동권식 투쟁과 정치공학에는 능숙했지만 국정(國政) 운영은 낙제점이었던 노무현 정권 사람들 중 드물게 합리적이란 인상도 줬다.
▷정 대표가 어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2월 국회를 ‘MB악법(惡法) 국회’로 만들지 말고 ‘일자리 창출 국회’로 만들자”면서 “쟁점법안 처리를 포기하고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도 용산 참사를 ‘국가권력에 의한 폭력’으로 단정하는 등 정치공세는 조금도 늦추지 않았다. 아무리 야당이라지만 정말 해도 너무한다. 경제를 그렇게 걱정하는 사람들이 폭력 국회와 장외 투쟁으로 나라를 이 꼴로 만들었나.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다.
▷세계가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글로벌 위기 속에서 민주당이 민생과 경제에 관심이라도 보였는가. 경제계가 산업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호소하는 미디어 관계법안이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법안, 금산분리 완화 법안을 ‘재벌 법안’ ‘MB악법’으로 낙인찍어 반(反)기업 정서를 부채질하지 않았는가. 해머와 전기톱까지 동원한 국회 폭력으로 나라 망신을 시키고 대외 신인도에 나쁜 영향을 미친 게 누구인가. 명색이 공당이 걸핏하면 국회를 팽개치고 거리로 뛰쳐나가 한 줌도 안되는 급진 좌파 세력들과 어울리기밖에 더 했나.
▷민주당이 정말로 경제를 걱정한다면 방법은 있다. 전직 대통령 등 역대 정권 실력자들이 이런저런 명목으로 거둬들인 돈 가운데 정치자금으로 쓰지 않고 국내외에 개인적으로 빼돌린 재산을 조사하는 ‘권력형 부정축재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만들면 된다. 베일 속에 가려진 그런 ‘검은 돈’을 국고(國庫)에 환수해 서민 지원에 쓴다면 경제 살리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서민, 경제, 민생을 입에 달고 살면서 뒤로는 제 배불리기에 여념이 없었던 정치인들이 있었다면 그들의 ‘맨얼굴’을 드러내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될 터이니 일석이조라 하겠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