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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 취임 10주년… 극과 극 평가

입력 | 2009-02-03 02:58:00

소프트볼 경기장의 차베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재집권을 위해 대통령 임기제한을 폐지하는 내용의 개헌을 추진하면서 각종 행사장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수도 카라카스의 한 소프트볼 경기장에서 경기 시작 전 몸을 풀고 있는 모습. 카라카스=AFP 연합뉴스


“빈곤 해소… 美대항 자존심 세운 영웅”

“원유 탕진… 국제사회에 막말 이단아”

남미 ‘반미좌파’의 선봉장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일로 취임 10주년을 맞았다.

차베스 대통령만큼 평가가 극단으로 나뉘는 인물도 드물다. 지지자로부터는 빈곤을 해소하고 미국에 대항해 자존심을 세운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다른 한편에서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바탕으로 막무가내 개혁을 추진하고 국제사회에서 막말을 쏟아낸 이단아로 평가되기도 한다.

미국 일간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인터넷판은 2일 ‘차베스 집권 10년’에 대해 내부에서 비난과 찬사가 엇갈리고 있다며 공과를 정리했다.

1998년 12월 대선에서 승리한 차베스 대통령은 오일 머니를 앞세워 ‘볼리바르 혁명(차베스 대통령이 주창한 사회주의적 개혁)’의 기치를 내걸었다. 석유 수출로 번 돈을 무상의료, 무상교육, 빈곤 타파 등에 쏟아 부었다. 통신과 발전을 국유화하고 화폐와 국기까지 바꿨다.

사회주의 개혁은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극빈자 비율은 2000년 16.9%에서 2007년 7.9%로 감소했다. 대학생 수도 1998년 이후 4배로 늘었다.

2002년 반(反)차베스 쿠데타를 물리치고 2006년 다시 집권한 것에서 나타나듯 꾸준한 인기도 그를 단순한 독재자로 부르기 어렵게 한다.

하지만 반대진영에서는 국부의 원천인 원유를 탕진하면서 대중적 인기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범죄율이 증가하고 살인적인 물가상승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 대통령 연임제한 철폐를 뼈대로 한 개헌안을 추진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을 폐쇄하는 등 영구독재의 길을 가고 있다는 비판도 높다.

하지만 당분간 차베스 대통령이 허세를 부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쌈짓돈처럼 써 오던 오일 머니가 국제유가의 급락으로 마르고 있기 때문. 국가세수의 50%와 수출의 95%를 석유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에 유가 하락은 큰 충격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약진하는 등 최근 차베스 대통령의 인기가 시들고 있어 이달 중 예정된 개헌안 국민투표 통과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