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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대한변협회장 사실상 선출 김평우 변호사

입력 | 2009-02-03 02:59:00

김평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내정자는 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법원의 모든 판결을 인터넷에 공개하면 사법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법원 및 검찰의 사건 처리 내용과 판결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국민에게 모두 공개해 사법 불신 해소에 앞장서겠습니다.” 2일 제45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으로 사실상 선출된 김평우(64) 변호사는 주요 실천공약으로 사법정보공개제도와 함께 “다툼이 적은 민사소액 재판의 판사 역할을 변호사에게 맡기는 ‘파트타임 법관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판검사 중심의 관치(官治)사법주의의 폐해를 없애고 변호사의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국민의 소송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는 ‘일석삼조’의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변협 회장은 변호사들의 이익만 대변하는 자리가 아니다. 대법관과 특별검사를 추천하고 각종 정부 위원회 구성에 적지 않은 인사권을 행사하는 재야법조계의 수장이다.》

“모든 판결 정보, 인터넷 공개 추진할 것”

김 변호사는 이날 서울지방변호사회의 변협 회장 추천후보로 선출된 직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정곡빌딩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법조삼륜’의 한 축으로서 2년간의 포부와 비전을 제시했다.

―판결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이 국민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요.

“지금처럼 대법원의 판결 주문과 판결 이유만 인터넷에 공개해서는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없습니다. 국민이 법원과 검찰을 제대로 감시할 길이 막힌 것이죠. 법원 검찰의 사건 처리내용과 과정을 모두 인터넷에 공개하면 국민이 자기 사건의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있고 사법의 투명성도 높아질 것입니다.”

―변호사가 판사 역할을 한다는 ‘파트타임 법관제’란 어떤 제도인가요.

“한국의 재판사건의 80∼90%는 민사소액사건입니다. 대부분 생활분쟁으로 법률적 쟁점이 거의 없는데도 법정에 나와 시간과 돈을 낭비하곤 합니다. 변호사에게 파트타임으로 판사 역할을 맡겨 주면 구청이나 변호사회관, 법무법인 등 접근하기 편한 곳에서 국민은 간편하게 재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법원은 과중한 업무에서 벗어나고 변호사의 직역도 확대되는 효과를 얻게 되죠.”

변호사는 2002년 5000명에서 지난해 4월 1만 명으로 6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올해부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제도가 시행되면서 2015년쯤에는 변호사가 2만 명 이상 늘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변호사 업계의 생존경쟁이 본격화한 것이다.

“변호사들의 일자리를 새로 1000개 이상 개발할 계획입니다. 우선 국회나 정부 기업의 법률담당관 및 준법감시인 등에 반드시 변호사를 채용하도록 설득해 나가겠습니다. 또 정부와 기업에 준법감시시스템을 갖췄는지, 변호사를 고용했는지 등을 통해 등급을 매기는 준법시스템인증제를 개발해 임기 내에 시행하겠습니다. 부동산 거래 알선은 공인중개사에게 맡기고 계약체결은 변호사가 담당하는 제도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현재의 판사임용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자주 하셨는데….

“우리 사법의 최대 문제는 사회나 인생 경험이 없는 젊은 판사들이 성적만 믿고 재판을 주도한다는 점입니다. 실력과 경륜, 인품을 갖춘 변호사 가운데 우선 가정법원과 형사법원의 퇴직 법관 자리부터 충당하는 ‘중견 법관임용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타당성을 검토한 뒤 변협 명의로 국회에 입법을 청원할 계획입니다. 법조일원화는 사법 발전의 원천입니다.”

―검찰의 수사 관행에 대해 변호사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고 들었습니다.

“검찰은 당사자나 변호사들이 변명을 하고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민 편에 서서 억울함을 인정해 줘야 합니다. 이를 위해 변호사가 수사 과정에 참여해야 합니다. 초기 수사 단계에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증거를 수집하면 더욱 완전한 자료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수사에 대한 공정성도 높일 수 있겠죠.”

김 변호사는 소설가 김동리 선생의 차남으로 서울대 법대와 미국 하버드 로스쿨을 수료하고 현대증권 부사장과 서강대 법대 교수 등을 지내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정·재계 인맥이 두터운 ‘마당발’로 통한다.

“아버님은 저희를 교육시키실 때 나무라기보다는 스스로 깨우치도록 많은 자유를 허락하셨습니다. 한 가지 원칙은 잘못을 하더라도 거짓말하지 않으면 혼내지 않으셨죠. 아버지를 통해 정직과 겸손이라는 인생좌우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김 변호사는 서울변호사회 회장을 거치지 않고 변협 회장에 도전한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선거 초반에는 열세로 비쳤다. 그러나 눈에 띄는 홍보물과 복장, 선명한 선거 공약, ‘스타 변호사 군단’의 지원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막판 뒷심을 발휘했다. 선거 내내 TV 등을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진 홍승기 장진영 최광석 남욱 강희정 변호사 등 스타 변호사가 대거 수행비서 역할을 자처했다.

“무(無)에서 출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이끌어냈습니다. 젊고 유능한 변호사들을 찾아가 공약을 가지고 설득해 나갔고 이것이 주효했죠. 자기의 이름을 걸고 선거에 뛰는 게 부담이 됐을 텐데 유명 변호사들이 저를 믿고 일심동체가 돼 주었습니다.”


▲ 동아닷컴 정주희 기자

:김평우 변호사:

△1945년 경남 사천 출생 △1967년 서울대 법대 졸업 △1967년 사법시험 8회 합격 △1972년 서울민사지법 판사 △1979년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수료 △1982년 변호사 개업 △1997∼1999년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 △2000∼2001년 현대증권 부사장 △2000∼2002년 세계한인변호사회 회장 △2006년 서강대 법대 교수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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