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 수수방관에 학부모 부담 가중… 인터넷 중고거래는 활발
“말로만 공동구매지, 어느 기관이나 단체도 나서는 곳이 없어요.”
교복값이 예년보다 10% 안팎 오르자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다. 겨울용 상하의와 조끼, 체육복까지 구입하려면 30만 원이 훌쩍 넘기 때문. 공동구매를 하면 5만∼8만 원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지만 대전지역 교육당국과 학교들은 뒷짐만 지고 있다.
▽공동구매 갈수록 둔화=지난해 대전지역 145개 중고교 중 공동구매를 실시한 곳은 30%정도인 50곳. 처음에는 117개교가 나섰지만 중도에 포기했다. 충남지역도 마찬가지.
이는 지난해 4월부터 공동구매에 대한 사항이 교육청으로부터 학교장과 학교운영위원회의 재량으로 이관됐기 때문. 급기야 대전학부모협의회는 지난달 성명을 발표하고 교육당국이 전담 부서를 설치하는 등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차라리 우리끼리”=교육당국의 소극적 태도에 일부에선 의심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인터넷엔 ‘교육청(학교)이 업체 로비에 놀아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글도 등장했다
공동구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중고 거래가 활발하다. 3개월 사용한 중앙여중 교복은 10만 원, 재킷과 블라우스 3개 치마 1개 넥타이가 포함된 반석고 여학생용 교복은 15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유명업체 제품이 좋은 것은 아니다=공동구매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학생들이 기피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이돌 스타 등이 모델로 등장하는 유명제품을 선호하지만 이들 업체는 공동구매에 선뜻 응하지 않고 있다.
대전주부교실 이숙자 사무국장은 “학생들은 유명업체 교복을 선호하지만 이들이 품질면에서 우수하다고 볼 수 없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대전학부모회 한 관계자는 “교육청과 학교가 적정 가격을 제시하고 학교 단위로 공개입찰을 하거나 교복 착용 시기를 늦추면 다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착용 시기를 늦출 경우 교복제작 업체 스스로 가격을 낮추거나 교복 물려 입기 등이 확산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